양주필 종자원장 “하반기 기후변화대응팀 운영···신품종 개발·보급 앞장설 것”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2025. 6. 24
“농산업은 이상기후의 상시화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국립종자원은 기후변화 대응 품종이 활발히 개발·보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2월 21일 취임한 양주필 국립종자원장. 양 원장은 지난 4개월 간 전국을 다녔다. 종자원 10개 지원도 직접 방문하고, 육종가를 비롯해 종자산업 전문가도 여럿 만났다. 양 원장은 지난 4개월을 ‘종자원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종자원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일까. 종자원장 취임 100일을 넘긴 지난 6월 17일, 양주필 종자원장을 경북 김천에 있는 국립종자원에서 만났다.
신품종 육성·첨단기술 개발에
장기적으로 투자 확대하고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 모색
종자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현실을 진단해달라.
“한국의 종자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종자 7813억원과 육묘 2605억원 등 약 1조원으로, 세계 시장 규모인 502억달러의 1.2% 수준이다. 국내 종자시장은 연 평균(2015~2022년) 6% 가량으로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시장 크기가 작은데다 소규모 기업이 많아 국내 시장을 기반으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글로벌 종자기업은 신품종 개발을 위해 매년 대규모 R&D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종자산업은 R&D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전통 육종가가 고령화되고, 디지털 육종과 같은 새로운 분야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점도 애로사항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과제가 있다면.
“우선 첨단 육종 기술력을 갖춘 규모화된 종자기업을 육성해 글로벌 진출을 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신품종 육성과 첨단 기술 개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종자산업 분야별 전문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특히 전문인력에 대해선 국제종자생명교육센터에서 종자산업 가치사슬별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작물별 전통육종과 분자육종 기술부터 육묘와 가공처리 기술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실습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 64과정에 3100여명이 참여 중이다. 종자산업 종사자들의 현업 활용 역량 확보를 위해서 3개월과 10개월 단위의 중장기 심화과정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자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방향은.
“국내 종자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주요 수출국 품목별 시장 동향 및 수출 전략 분석 보고서를 발간·제공하고 있고, 해외 현지 우수품종의 재배·전시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 해외 현지 품종 전시포는 미국·멕시코·인도·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에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전시포 출품 종자의 수출 목표액은 약 78억원으로 국내 총 종자 수출액의 8~1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종자기업의 안정적인 채종기반 확보를 위해 국내 채종기반 구축은 물론,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민간 육종가의 신품종 개발, 품질 검정, 해외 박람회 참가 등도 지원하고 있다.
-소규모 종자기업 지원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 종자기업 중 판매액 40억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은 24개로 1.1%에 불과하다. 91.4%가 5억원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다. 종자산업법엔 ‘중소 종자업자 및 중소 육묘업자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00여개가 넘는 소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슬기롭게 자원을 배분할 지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량종자 수발아 피해 최소화
기후적응형 품종 다변화 추진
수급 민감품목 채종 우선 지원
첨단기술 활용 병해진단 빠르게
현장 편의성 높인 키트 개발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종자원의 역할은.
“올 하반기부터 ‘기후변화대응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종자분야 기후대응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벼와 콩 등 식량종자 보급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발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 등을 통해 채종 적지 연구, 수급차질에 대비한 종자비축 등 안정적인 보급종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적응형 품종 목록화와 보급종 품종 다변화 등도 추진할 생각이다. 종자기업이 내서성·내한성 등 기후대응 신품종을 조기 선발해 보급할 수 있도록 기후대응 품종 선발에 필요한 실증시험과 채종지원 등도 시행하고 있다. 내년부턴 수급 민감품목(배추·무·양배추·고추 등 17품목)의 채종을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이려면 R&D도 중요하다.
“종자분야 R&D는 다양하다. 품종 개발도 있지만, 종자 품질을 분석하는 기술과 병해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R&D에 속한다. 종자원이 할 수 있는 R&D는 후자다. 종자원은 비파괴 이미지 분석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환경 요인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종자의 활력 변화에 관한 연구, 즉 종자품질분석법을 기획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병해충 발생에 대비해 신속하고 간편하게 병원균을 진단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사과와 배, 복숭아, 포도 등의 과수 바이러스 여러 종을 신속하게 동시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법을 개발하고 상용화했으며, 현장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키트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에 주목할 관심사 중 하나가 ‘포럼’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포럼을 운영할 생각이다. 포럼을 통해 종자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고, 역할을 재정립해 명실상부한 종자 총괄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종자원 업무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정보 보급종 공급이다. 벼와 보리, 밀, 콩, 호밀, 팥 등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고품질 우량종자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다음이 품종보호다. 품종보호제도는 신품종을 개발한 육성자에게 지식재산권을 부여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다. 또 앞으로 힘써나가야 할 분야로 종자산업 육성 업무가 있다. 종자기업이 세계속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산업을 키우는 일이다. 이번 포럼은 외부의 새로운 시각으로 종자원의 이런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농민단체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포럼 구성원으로 검토하고 있다.
-종자원장으로서 전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우량 종자가 생산되고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종자기업의 경우엔 역량있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등 급변하는 농업환경 속에서 종자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흔들림없는 ‘안정적 보급종 생산·공급 체계’도 확립하겠다. 종자원은 누구나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종자, 품질 좋은 종자가 공급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종자 생산·공급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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