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가격 안정책 패키지에
할당관세·할인 지원 또 포함
“수요 늘려 값 안정 안돼” 지적
수매·비축카드 적극 활용 필요
생산 기반 강화 요구도 잇따라
농민신문 이민우, 이재효 기자 2025. 6. 24
이재명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본격 대응에 들어갔다. 최우선 해결 과제로 먹거리 가격 안정을 내세운 정부는 농축산물에 대한 할인 지원과 함께 할당관세 적용 등 패키지 대응책을 내보였다.
새 정부의 물가 정책에 대한 농업계 우려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할당관세·저율관세할당(TRQ) 등 수입 일변도의 물가 정책에서 벗어나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지시한 이후 새 정부의 물가 대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등 에너지가격 안정과 함께 먹거리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도 18일 가공식품·고랭지배추·달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수급 대책과 함께 ‘농식품 수급·유통 구조 개혁 TF’를 구성해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밥상 물가 대책은 배추·무 같은 주요 품목 작황 관리 등 선제적으로 수급불안에 대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지난 정부와 일부 달라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할당관세와 할인 지원을 중심으로 정책 패키지가 꾸려졌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정부는 공급 부족 영향으로 가격이 오른 품목에 대해선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해 국내 수입 가격을 낮추고, 동시에 할인 지원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도 달걀가공품에 대한 할당관세를 확대하고, 과일칵테일 등 식품원료 4종에 대한 할당관세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한편 6∼7월 460억원을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 투입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수입을 통해 공급을 늘리고, 할인을 통해 수요를 진작시킬 경우 정책 효과가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가격을 낮추려면 수요를 줄여야 하는데, 할인 지원은 오히려 수요를 촉진시키는 정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할당관세 등으로 공급까지 늘리면 가격 강세가 물가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수입 확대에 기댄 물가 정책이 국내 생산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만큼 수매·비축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선진국일수록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할 때 수매·비축을 적극적으로 한다”며 “농가의 생산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수입·재고·생산능력을 고려해 물가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생산자들은 기후위기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수입 중심의 단기적인 물가 대책 대신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이상기후로 농산물값이 폭등락하는 상황이 일상화할 텐데 그때마다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조정하면 산지 대응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가격 중심의 정책을 버리고, 생산 기반 중심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도 “농업경영비가 매년 최고점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생산비 지원을 통해 농가가 안정적으로 영농 기반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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