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경남 창녕군 대합면의 한 양파밭에 수확을 포기한 양파가 비를 맞으며 방치돼 있다. 지난봄 이상저온의 영향으로 ‘꼬다마’가 속출하자 양파를 재배한 농민은 인건비라도 아낄 요량으로 수확을 포기했다. 한승호 기자
2025년 ‘삼중고’ 시달리는 양파농가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5. 6. 22
올해 경남북 양파농가들은 깊은 시름과 우려 속에서 수확기를 보내고 있다. 겨우내 자식처럼 키웠던 양파가 유례없이 작은 크기로 흙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겨울 가뭄에 이어 씨알이 한창 굵어질 시기인 지난 3~5월 저온이 지속되면서 수확하면 오히려 적자인 이른바 ‘꼬다마’가 속출했다. 씨알의 지름이 4cm도 채 안 되는 생육부진의 양파로 재해 인정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인정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지름 8cm 이상의 상품이 어느 정도 나와 줘야 그나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경남북의 경우 상품 수확량은 평년에 견줘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는 게 현장 농민들의 전언이다.
4월까지만 해도 이럴 정도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밭을 갈아엎을 지경, 사실상 ‘경작 불능’인 상황이 수확 직전인 5월 들어서야 확인되면서 농작물재해보험에 신고할 적정 시기마저 놓치게 됐다. 자식처럼 품었던 양파는 그 한 달 새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없고 재해보험의 피해율은 줄이는 정도만큼만 자라나 농민들의 뒤통수를 쳤다.
고난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6월 초 양팟값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양파농가의 위기감은 절정에 달했다. 눈코 뜰 새 없는 수확기였지만 농민들은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앞으로 달려가 가격 보장(정부 수급가이드라인상 안정대 수준)을 촉구했고, 급기야 양파밭 한가운데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해 인정을 외쳤다.
여기에 인건비 폭등까지 덮쳤다. 법무부가 지난 4월부터 2025년 1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 합동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탓에, 농번기를 맞은 전국 곳곳의 농촌에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시 단속이 벌어졌다. 단속이 한 번씩 뜰 때마다 인건비가 20% 이상 뛰어올랐다. 문제는 인건비 폭등뿐 아니라 인력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농민들의 애를 태우는 나날이 지속됐다.
2025년 수확기 양파농가들이 놓인 이 같은 현실은 사실상 모든 문제가 겹겹이 쌓여 터진 현 농업의 일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16일 경남 산청과 창녕에서 만난 농민들은 이대로면 양파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토로와 함께 적정 가격 보장과 재해 및 가격 폭락 시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는 농가 지원뿐 아니라 우리의 식량자급을 지지하는 최후 방어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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