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23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종덕 의원실 제공
농민의길 “‘농망장관’·‘내란장관’ 유임 철회해야” 강력 반발
18개월간 대립각 세웠던 상임위 여당의원들, 우려·불신 역력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25. 6. 23
전 농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인선에서 윤석열정부 장관의 유임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대통령실이 송미령 장관의 유임을 결정한 가운데, 윤석열 탄핵 이후 ‘내란농정 청산’을 외쳐왔던 농민들은 농업민생 4법을 ‘농망법’이라고 비하하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던 송 장관의 지난 행보를 다시금 들추며 유임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발맞추고 있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송 장관이 ‘국가책임농정’이라는 새 정부 농정 기조를 충실히 반영해 농정을 펼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통령실은 23일 오후 강훈식 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장관 후보자 11명을 지명했는데, 이 가운데 농식품부 장관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송미령 현 장관의 유임을 결정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 장관의 유임을 결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비서실장은 이번 전격적 유임 결정에 대해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의 변화와 지방소멸 등을 연속성 있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이재명정부의 실용주의 국정철학에 기반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내란농정 청산’을 외쳐왔던 농민운동 진영에서는 곧바로 강력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가톨릭농민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쌀생산자협회·전국사과생산자협회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농은 “윤석열의 농업파괴 농민말살 정책을 주도한 ‘농망장관’이자, 12.3 내란사태를 방조한 ‘내란장관’이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 농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농업민생 4법에 거부권을 건의하고,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을 주도해 국민의 주식인 쌀 생산기반을 파괴하고, 농지규제를 완화해 이 땅의 농업을 통째로 파괴하려 한 자”라며 유임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임 결정은 이날 마침 예정돼 있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개회 직전에 알려진 바, 여야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송 장관의 당황에 가까운 반응 역시 즉각적으로 확인됐다. 송 장관은 “저도 당황스럽지만 여러모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라며 “국회와 함께 농업인들의 삶을 위해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여당에서조차 대통령실의 결정에 쉽사리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농망4법’ 발언과 관련해 이재명정부에서도 다시 거부권을 건의하겠느냐는 주철현 의원의 질의에 송 장관이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국정철학에 부합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하자, 주 의원은 “일국의 장관이 그렇게 앞뒤가 맞지 않게 정책을 추진하려 하니 안타깝다”라며 “이 정도면 고사가 맞다고 본다”고 조소했다. 이 과정에서 송 장관이 ‘농망4법’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고 부연하자 문금주 의원은 “사과를 들은 기억이 없다”며 증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원택 의원은 “이재명정부의 농정철학은 지난 3년간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이곳에서 말해왔던 아젠다, 핵심 정책과제에 잘 녹아있다”며 “장차관을 비롯해 농식품부 직원들이 충분히 숙지해서 내년도 예산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농해수위 개회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새 정부의 이번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아예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 소통관으로 향한 전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송미령 장관은 윤석열정부 양곡법 거부권의 충실한 이행자였으며 농업민생 4법을 ‘농망 4법’이라며 농민들과 국회를 기만했다”며 “유임을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분노한 농민들의 트랙터가 이재명정부로 향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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