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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농수산업 대박산업” 박 대통령 발언에 농심 ‘부글부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5-07-15 조회 2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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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농사 한 번 지어보고 말해야”
벼 팔지 못해 전전긍긍 … 가뭄으로 망친 논 수두룩

‘농수산업은 대박산업’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가 농민들 가슴을 후벼팠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도, 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도 농사로 빚만 늘어간다는 푸념을 하다 “지금 농정은 쪽박 차는 농정”이라고 거칠게 내뱉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농어촌이 고령화, 인력부족, 시장개방 등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며 “농수산업은 미래성장 엔진이자 대박산업”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농수산업 미래성장 산업화’ 등을 주제로 제4차 핵심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농수산업과 ict 등 첨단과학기술의 융합 ▲농수산업의 수출산업화 ▲창조경제혁신센터 등과 연계한 거미줄 같은 창업지원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당부했다.

 이어 “‘컴퓨터로 먹고 살 수는 없다’고 누가 그랬다. 농어업은 인류역사가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며 “농수산업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기초산업이고, 식품산업이 it보다 더 유망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언급한 ‘대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은 이 같은 언론보도 이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분노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2만평 벼농사를 짓는 신종원(53)씨는 “농업의 가치는 대박이라는 천박한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 농업이 대박나야 한다고 치자. 정책은 농업을 사지로 몰고 있으면서 첨단과학기술이니 수출산업이니 다 뜬구름 잡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씨는 “벼 몇 톤을 가지고 있는데 더 가지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봄부터 단골 rpc에 연락하고 있지만 다들 손사래다. 재고가 많아서 도저히 사들일 수 없다는 거다”라고 답답해 했다.

 김포의 최병종(62)씨도 “농업이 대박났으면 진작에 대박났다”며 “지금 농촌 현실을 알고 하는 얘긴지, 코미디 같은 말일 뿐, 농업이 그네타고 있다”고 위태로운 농업현실을 우스갯소리로 되받았다.

 그는 “내가 아는 농민 3명은 강화에 논 30만평을 사서 농사를 지어왔다. 올해 가뭄이 극심하지 않았나. 그 중 1만평만 겨우 모를 냈는데 그나마도 타죽었다. 올해는 그냥 망한거다”라며 “이런 와중에 대박 어쩌구 하는 소리를 들으니 부아가 치민다”고 화를 삭이지 못했다.

 수입을 예고하고 있는 양파 농사 농민도 격앙되긴 마찬가지다.

 경남 창녕에서 3,000평 양파·마늘 농사를 짓는 박점옥(58)씨는 “수확량이 작년의 딱 절반이다. 생산비, 인건비는 심은 면적만큼 들고 수확은 그 절반이니 가격으로라도 보장받아야 하는데, 남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씨는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고? 요즘 농민들 연구 많이 하고 고민 많이 하면서 농사짓는다. 직거래 하라고 떠들고 친환경이 대세라고 떠드는데, 직거래하면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약 안치고 농사짓느라 몸은 골병이 들고 있다. 당부하건대 농산물 가격 그대로 시장에 맡겨라. 대통령도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며 “농사를 뭘 알겠냐”고 쓴소리를 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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