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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농산물, 물가상승 주범 아니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5-07-15 조회 4014
첨부파일 20150714134354.jpg
물가상승 기여 3.8%…공공서비스는 47%
농산물 값, 평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 상황
소비자물가 평가서도 비중 매우적어 영향 미미
“언론, 정보왜곡·여론몰이…당국은 툭하면 수입”

 대기업 부장인 김기석씨(49·서울 서대문)는 매월 카드 청구대금을 받을 때마다 커피값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한다. 한잔에 4000원 이상 하는 커피를 매주 한두번 부서 직원들에게 돌리다 보니 그 금액이 20만원 가까이 나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과 전업주부인 아내와 딸 둘(대학생·초등학생)이 쓰는 스마트폰 이용요금도 부담이다. 최신 휴대폰을 선호하다 보니 단말기 할부금까지 합치면 4인가족의 스마트폰 이용료가 매월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의 아내는 얼마 전 김치 3포기를 담갔다. 외식이 잦은 남편과 대학생 딸 때문에 3포기만 해도 한달 이상을 먹는다.김치를 담그는 데 지출한 총비용은 2만원이 채 안된다. 한개에 2500원 하는 배추 3포기와 고춧가루 등 재료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그녀는 얼마 전 배추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언론 보도를 봤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먹을 김치가 충분해서다. 대신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조금만 쓰라고 언성을 높일 때가 많다.

 최근 배추와 양파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산물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통계청은 1일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면서 배추가격이 1년 전보다 90.9% 폭등했다고 밝혔다. 파는 91.9%, 무는 34.3%, 마늘은 21.0% 올랐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8일 ‘6월 생필품 판매가격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1월보다 배추 값은 74.6%, 무는 34.5%, 양파는 24.4% 올랐다고 발표했다. 언론 역시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 가계부담 증가’라는 제목으로 농산물 가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대형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격이 오른 농산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정부는 ‘물량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입물량이라도 투입하겠다’는 물가안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을 놓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보 왜곡에 따른 과잉반응’이라 단언할 수 있다. 

 우선 가격이 급등했다는 농산물들은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엇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한 데 그치고 있다. 13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10일 기준 농산물 소비자가격을 보면 배추 한포기 가격은 2937원으로 평년(2520원)보다 16.6% 올랐다. 1㎏짜리 양파 역시 1915원으로 평년(1553원)보다 23.3%가 상승했다. 무(한개 기준)와 깐마늘(1㎏) 역시 평년대비 23.3% 각각 올랐다.

 무엇보다 전체 소비자물가 평가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어, 태생적으로 농축산물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 수 없다<표 참조>. 즉 경제지를 중심으로 언론매체에서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은 정보 왜곡인 것이다. 

 통계청은 5년 주기로 ‘소비자물가지수 품목별 가중치’를 발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자료의 정확성 확보를 위해 끝자리가 2와 7로 끝나는 연도에는 가중치만 별도로 조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지수 1000에서 농축산물 지수는 66.3(농산물 44.1, 축산물 22.2)이었다. 이는 소비자가 매월 평균 1000원을 소비로 지출한다고 가정할 때, 농축산물 구입으로 66.3원을 지출한다는 의미다. 

 최근 가격급등의 대표적 농산물로 지적받고 있는 배추는 1.7, 양파는 0.8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 이용료는 33.9, 국민 야식인 치킨은 4.0, 커피는 2.3에 달했다. 

 농축산물지수는 1990년 162.2에서 2000년 89.8, 2012년에는 66.3으로 줄었다. 도시 가정이 매월 지출하는 생활비에서 농축산물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1만원을 갖고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커피 3잔을 마실 수 없다. 커피가격이 평균 4000원을 넘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어떤가. 배추는 2.5~3㎏짜리 3포기를 사고도 1000원 이상이 남는다. 무는 어른 팔뚝만한 크기로 4.5개, 양파는 5㎏를 살 수 있다. 쌀을 사도 4.6㎏을 구입할 수 있다. 쌀 4.6㎏은 약 30인분의 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일 발표한 ‘소비자의 배추 소비행태와 가격변동에 대한 인식’ 자료를 보면, 채소가격이 10% 상승하면 물가에 0.019%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 역시 설문조사에서 6월 배추 값 상승을 놓고 전체 응답자의 51.0%가 ‘조금 비싸진 것 같다’고 답했다.

 자료를 작성한 이용선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채소 가격 변동에 관심이 많으나 예전에 비해 감소 추세”라며 “설문조사를 보면 소비자 10명 중 3명은 올 6월 배추가격이 ‘보통’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업계는 농축산물을 정부나 언론매체가 물가상승의 희생양으로 여론몰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춘권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경제통상연구팀장은 “지난 10년(2005~2014년)간 농산물이 물가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3.8%이고, 배추의 소비자가격은 0.3% 상승한 데 그쳤다”며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동안 공산품의 기여율은 36.9%, 서비스는 47.6%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상승과 농산물의 실질가격 하락으로 농업인의 농업소득은 오히려 줄고 있다”며 “농업·농촌을 생명산업으로 인식하고 비농업계가 농업인을 적극적으로 지켜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영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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