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는 지난 6월 18일 ‘농업환경 변화에 따른 작물보호제 산업 대응 전략’을 주제로 2025 농산업 포럼을 열고,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잦아지고 있는 병해충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25 농산업포럼┃농업환경 변화에 따른 작물보호제 산업 대응 전략은
인사말·주제발표ㅣ돌발 병해충 잦은 출몰에 방제시기 예측 갈수록 어려워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조영규 기자 2025. 6. 20
지난 6월 18일 열린 2025 농산업포럼에선 급격한 기후변화, 농촌인구의 감소 등 농업환경을 둘러싼 변화에 작물보호제 업계의 대응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해외에서 발생해 국내에 유입되는 비래 병해충이 약제 저항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산학연의 사전 대응 필요성이 강조됐다.
○ 주최·주관 : 한국농어민신문
○ 일시 : 2025년 6월 18일(수)
○ 장소 : 한농연회관 6층 회의실
#인사말/최흥식 한국농어민신문 대표이사 회장(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농업발전의 한 축···위기 맞설 대책 마련 시급”
작물보호제는 농산물 재배의 필수 농자재로 농업발전의 한 축으로 큰 기여를 해 왔다. 또한 농업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견인해 왔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앞으로도 필수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럼에도 작물보호제 업계는 관련 산업체의 영세성, 다양한 규제에 따른 진입장벽으로 대부분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거나 원료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농가인구 감소, 기후위기 등 환경변화로 작물보호제 산업을 비롯한 농산업계의 위기와 위협도 증가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범농업계의 전반적 여건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농업인과 작물보호제 업계,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오늘 포럼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이 고견과 혜안을 제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주제발표1/병해충 발생 동향 및 산업계 대응 방안
“외래 병해충 기하급수 증가…피해 확산 촉각”
과수화상병·벼멸구 피해 ‘몸살’
토마토뿔나방 약제 선정 고심
바이러스 유입도 많아 예의주시
작물보호제 원제 개발 모색
우수 원제 실용화 촉진 노력
▲ 박진우 국립농업과학원 식물병방제과 연구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젠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기온 상승 폭이 큰 나라 중 하나다. 2050년 평균 기온은 2020년에 비해 3.7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기온 상승은 병해충 발생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위기감을 주고 있다.
또, FTA가 확대되면서 농산물 교역이 늘고 있는 부분도 병해충과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농산물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식탁을 다양하게 한다는 면에선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론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우리나라에 없는 병해충이 유입돼 국내 농업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900년대부터 2017년까지 국내 유입된 병해충은 병 42종, 해충 48종 등 90종으로, 특히 국제교류가 활발해진 2000년 이후 유입한 외래 병해충은 35종에 이른다. 이 비중은 90종에서 38.9%를 차지한다. 그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됐던 병해충 중엔 과수화상병이 있다. 2015년 안성에서 처음 발생했고, 2019년 충주에서 대 발생하면서 충주 사과농가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과수화상병은 1793년 미국 뉴욕주에서 처음 보고가 된 이래 점차 확대돼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2년경부터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한 번 걸리면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정부에선 ‘과수화상병 예측 정보 시스템’을 개발해 과수화상병 발생을 예측하고, 사전에 약제를 처리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벼멸구도 있다. 지난해엔 벼멸구가 크게 발생했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벼멸구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생각한다. 중국 등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와 탈피를 여러 번 하는데, 기온이 계속 높아지면서 탈피 시기가 빨라졌고, 개체수도 늘었다. 문제는 벼멸구 약제가 많은데, 한 가지 약제가 다른 상황에선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그랬을 때 저항성 같은 문제가 얘기되는데, 이 부분들까지 같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토마토뿔나방 역시 문제다. 그간 지역적으로 발생하다 지난해 크게 나타났다. 토마토뿔나방은 기주 범위가 다양하고,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병해충은 열대거세미나방이다. 이것도 중국에서 비래해 온다. 열대거세미나방도 한 번 발생하면 크게 발생한다. 발생 지역마다 특성이 달라 이를 위한 약제도 다를 수 있다.
바이러스도 많다. 많은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유입, 발생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로, 2008년 통영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담배가루이가 전파하는데, 기주 범위가 넓고 그만큼 피해도 커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3년 예산 파프리카 농가에서 최초로 발생한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도 치명적이다. 2021년에 저항성 극복 균주가 발생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작물보호제 시장은 790억달러인 데 비해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은 15억달러(1조9559억원) 수준으로 수입의존도가 93.7%다. 대다수 우리나라 기업은 원제 개발보다는 수입 원제에 의존해 왔다. 이에 정부는 2024년부터 ‘수출전략형 신작물보호제 기반기술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작물보호제 원제를 개발하고 이런 우수한 원제의 실용화 촉진을 위한 기반기술을 확보하자는 목적에서 ‘신속 평가·예측 기술개발’과 ‘신작물보호제 후보물질 개발’의 두 가지 내역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40억원을 포함해 2028년까지 총 253억원을 투입한다. 이중 신작물보호제 후보물질의 경우 현재 국내 원제는 7개가 등록돼 있는데, 이 사업이 끝나고 나면 10개 정도는 우리가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큰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주제발표 2/기후변화 대응 작물보호제 연구개발 동향과 마케팅 전략
“멸구류 등 약제 저항성 갈수록 높아져 걱정”
월동 병해충 기승·봄 냉해 심화
극한 강우에 방제시기 놓치기도
농진청 협력 예찰정보 수집·제공
방제 방법·시기도 주의 필요
항공방제 적합한 제형 연구 중
▲ 최재명 경농 마케팅본부 상무
한반도 기후변화를 살펴보면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여름이 20일 가량 늘어나고, 겨울은 22일이 줄었다. 또한 열대야 일수는 8일이 늘었다. 강수 일수는 감소했지만, 시간당 강수량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지역 간 편차도 크다. 또한 봄철 평균 기온 변화가 높아져 봄꽃 개화일이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농작물의 생육에 큰 지장을 주고, 병해충 발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겨울철 기온 상승은 월동 병해충이 증가하고, 봄철 저온으로 작물의 생리장해 발생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극한 강우가 오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과수의 경우엔 약을 방제할 시간을 놓치게 된다.
이와 함께 농업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농가 수는 100만 가구 아래로 떨어졌고, 농가 인구도 200만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60세 이상 농가 수는 70%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를 보면 20년 후엔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생각된다. 정부에선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재배면적을 감축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식량안보 측면에서 벼 재배면적은 60만ha 수준으로 유지해야 된다고 본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농업환경 변화에 따라 작물보호제 업계도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비래 해충의 유입이 걱정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베트남, 인도 등에서 유입되는 비래 해충은 약제의 저항성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멸구류인데, 저항성 발달이 가장 빠른 해충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관리가 꼭 필요하다. 혹명나방도 마찬가지로 저항성이 높은 수준으로 비래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약제로 방제가 가능한 수준이다. 작물별로는 수도용(벼)은 고온성 병해인 세균벼알마름병, 잎집무늬마름병이 증가하는 양상이고, 해충은 노린재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신규 노린재인 벼이삭노린재 피해가 증가하는데, 언제 우리나라로 유입될지 모른다. 해충은 비래 시기가 빨라지는 동시에 세대 증식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전문 약제를 써도 방제가 힘든 상황이다. 잡초는 저항성 잡초가 증가하고 발생 속도도 빨라 제초제 처리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방제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벼멸구 방제를 위해 드론 살포를 하는데, 방제 효과가 떨어져 무인헬기로 직접 살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업계에선 무인항공 방제에 적합한 제형은 물론 살균과 살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약제를 개발 중에 있다. 또 무인항공 살포를 위해 농협에서 방제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방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보니 정확한 살포를 위한 비행 속도나 높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벼 재배 농민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농민들이 키다리병 증상에 관심을 두는데 마름병 증상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계절변화에 따른 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다. 겨울 온도가 올라가면서 월동병해충이 조기에 발생하거나 생존율이 높아져 월동작물에 피해를 주고, 봄엔 개화시기가 빨라지면서 저온·냉해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여름엔 고온, 폭염, 집중호우로 고랭지 작물의 수급이 불안정해 지고, 가을엔 고온 현상의 지속과 2차 장마 발생으로 탄저병 등의 발생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작물보호제 업계도 농촌진흥청과 함께 정확한 예찰 정보를 수집해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병해충의 생활사에 맞는 방제법 연구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작기당 동일 계통의 약제는 2회 이상 초과해 방제하지 않도록 저항성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
바이러스 병은 사실 약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 매개충 관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일부 매개충은 포도와 감귤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지속적인 예찰이 필요하다. 세균성 병해는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세균성 방제는 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외국에선 저항성 준수 지침이 있다. 항생제 연속 사용으로 인한 저항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우리나라도 관리가 필요하다. 또 업계에선 신규 약제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데, 정부 및 학계와 공동으로 약제 개발은 물론 저항성 관련 과제를 진행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우리나라 농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작물보호제 업계가 부단히 노력하겠다. 다만 업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역할도 있고, 학계의 역할도 있고, 업계도 역할도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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