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농식품부·한은, ‘농산물·식품·외식’ 묶어 물가불안 원인 지목
물가정책, 농축산물에 ‘방점’… “새정부 들어서도 결국 농산물 수입·방출”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5. 6. 20
“ ‘할인지원’ ‘할당관세’ ‘추경’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
‘생활물가 안정’ 명목의 정부 물가대책은 여전히 ‘농산물값 누르기’ 에 방점을 맞추고 있다. 이재명정부 또한 농축산물을 소비지출 가중치가 높은 식품·외식과 한데 묶어 물가상승‘원흉’으로 몰아붙이는가 하면, 결국에는 가장 ‘다루기 쉬운’ 농축산물 수급조절을 쥐고 물가정책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16~18일연달아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물가대책, 농식품부의 먹거리 물가안정 대책,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등은 물가대책을 빙자한 농축산물‘한놈만 패’는 전방위적 파상공세로 읽혀진다.
정부 주도의 소비중심 농축산물 수급조절 방식은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자마자 가격폭락이라는 성과(?)를 금방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정부 치하’ 의 관습 농정으로 굳어져 왔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도 ‘민생경제’ 란 명분을 붙여 농축산물 가격 낮추기에 속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주관의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형일 기재부장관 권한대행(제1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여름철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6~7월간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460억원을 투입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 고 밝혔다.
가령 미국·호주산 척아이롤(쇠고기 목심·윗등심 부위) 등에 대해 대형유통업체가 30~50% 자체 할인토록 지원한다거나, 계란자조금을 활용해 대형마트 납품단가를 계란 한판에 1천원정도 인하해주는 계획이다.
강원 삼척의 한 한우농가는 “농가들 사정과는 상관없이 (가격낮추기로)가겠단 얘기다. 농산물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방법 또한 생산단가를 보호하는 ‘적정가격’ 이 아니다. 가격이 폭락한 품목이라도 시세 상승곡선 낌새만 보이면,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농업말살 정책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고 불만을 얘기했다.
이 농가는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어려운 농사 형편에서의 탈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이를 방관하거나 방해하는, 더욱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원망스럽다” 고 덧붙였다.
물가관계차관회의 직후 18일, 농업 담당 부처인 농식품부 또한 소비지출 중심에서 농축산물값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농식품부는 이날 ‘먹거리 물가 안정’ 이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갖고,“농축산물 및 식품·외식 등 품목별 수급대책을 속도감있게 마련하겠다”고 물가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의 경우, 우선 ‘농식품 수급·유통구조 개혁 TF’ 를 구성해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배추, 계란, 닭고기, 식품·외식 등 민생과 밀접하면서 가격불안 요소가 내재된 품목 중심으로 물가 안정대책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축산물 생산자인 농민의 소득과 경영안정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농산물 ‘적정가격’을 유지하거나 가격보호 방안에 대해선 전혀 거론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농산물 소비자가격을 누르면 그만큼 농민들의 소득이 감소한다는 현실적 팩트에 대해선 눈 감고 있단 뜻이 된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농업·농민·농촌을 직접 담당하는 농식품부는 소비자중심 식량조달도 업무이지만, 품목별 농가 수취가격을 안정되게 하는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해야 근본적 해결목표에 다가서는 게 아닌가 한다” 고 말했다.
한국은행 또한 물가불안 관련 금융·통화정책으로 못잡는 한계를 가공식품·외식물가를 포함한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돌렸다. 한국은행은 18일‘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를 100으로 잡았을 때, 한국은 식료품 156, 의류 161, 주거비 123으로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우리나라의 과일·채소·육류 가격이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규제 완화와 시장 경쟁 촉진, 수입 원재료 다변화, 할당관세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한은의 해결방안을 농축산물 수급조절 시각에 대입하면,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물량을 늘려, 농산물 완전개방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은 관계자는 “생활물가 등 필수재 중심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지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면서 “무엇보다 규제 및 진입장벽 완화 등 기업간 경쟁력 촉진과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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