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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들녘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수확한 양파를 망에 담고 있다. 농민들은 최근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중점 단속을 시행하면서 농번기 인력난 및 인건비까지 상승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분한 인력 대책 없는 농촌, 불시 단속 치명타
단속 위주 정책 아닌 체류 자격 근본 개선 필요
계절근로 확대 추세나 인력난 해소엔 여전히 미흡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5. 6. 19
지난 4월부터 두 달 가까이 농촌 곳곳에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 시작과 함께 법무부가 ‘2025년 1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 합동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단속 기간은 지난 4월 14일부터 오는 29일까지다. 지역과 업종을 불문하고 대대적으로 중점 단속이 시행됐는데, 마침 농번기를 맞은 농촌 현장은 그야말로 인력난에 빨간불이 켜졌고, 농가마다 인력을 구하지 못해 원성이 높은 상태다.
전남 나주, 경남 창녕·산청, 제주 등지의 농가들에 따르면, 미등록 체류 신분인 외국인노동자들은 밭, 식당, 이동 중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시 단속에 걸려들었고, 하루 30~40명 가까이 단속반에 잡혀갔다. 이에 따른 인력난으로 인건비까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급등하는 지역이 생겨났다. 인건비 폭등은 둘째치고 인력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 때맞춰 농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농가들의 전언이다.
경남 산청의 농민 A씨는 “이곳은 인건비가 12만원이었는데, 불시 단속이 벌어져 인력이 줄다 보니 인건비가 16만원까지 올랐고, 창녕은 18만~19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라며 “정부는 불법체류자라고 잡아가지만 그들이 없으면 농사지을 수 없다. 소농가들은 인건비가 비싸도 쓸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현장을 생각해서 어지간하면 잡아가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전남 나주의 농민 B씨는 “인건비가 많이 올라 있고, 잡혀간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외국인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촌은 돌아가지 않는다”라며 “정부 자체가 불법을 양산하고 있는 꼴”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불법체류라고 단속하지만 말고 한시적으로라도 미등록 외국인의 체류 자격을 인정해서 이후라도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미등록 체류자 단속은 엄연히 법적 근거로 시행되는 정책이긴 하지만 대안 없이 단속만 치중하니 농촌 현장의 인력난은 가중되고, 단속 과정에서 인권 문제까지 발생한다는 지적이 그간 꾸준히 나왔다.
아울러 미등록 체류자 단속은 지난 윤석열정부 당시 마련된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023~2027)’으로 더 강화한 측면이 있다. 미등록 체류자를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법무부,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5개 부처의 합동단속이 실시된 지 올해로 3년 차다. 법무부 고유 업무인 만큼 농촌인력 제도를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농식품부 담당자에 따르면, 평상시뿐 아니라 농번기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더 적극 법무부에 단속을 자제해 달라 요청하고 있으며 법무부 차원에서도 이를 감안하고는 있다. 하지만 일선 단속 현장에서는 이 같은 자제 요청이 항상 수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에 관한 실무는 일선 출입국·외국인 관서(수원·부산·광주·대전·대구·양주·인천·울산)에서 담당하고 있어(2025년 2월 기준), 관계 부처의 ‘양해’ 차원 요청을 수용할 의무는 없는 셈이다.
미등록 체류 농업 노동자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단속 전쟁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계절근로제라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 담당자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계속 확대해 나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올해 정부는 계절근로 도입 시군(130→134개), 배정인원(6만1248명→6만8911명) 및 하루 단위 인력 공급 체계인 공공형 계절근로(70개소, 25만명→90개소, 30만명)도 늘렸다. 계절근로 확대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적극 협조하고 있는 만큼 현장 수요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계절근로 인력을 3개월 이상 상시 고용하기 어려운 농가 특성 △고용 농가 이외에서의 근무 불가 원칙을 위반한 불법 근무 양산 △지역농협의 미참여에 따라 인력 배정을 받을 수 없는 등 여러 문제를 포함한 인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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