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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농협 깐마늘 가공공장 일원에서 남도마늘 수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상기후·재해 여파로 수년째 생산량·품질 하락, 생산비 상승
미비한 기준 속 수년째 바닥 치는 수매가까지 농민 숨통 옥좨
임계치 넘어선 농민들 “‘생산비’ 아닌 ‘생존 보장’ 요구할 때”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5. 6. 19
최근 전남 해남군에서 농협과 계약재배한 남도마늘의 수매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곧 있을 수매가격 결정에 농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확실한 기준 없이 관내 조합장들끼리 암암리에 진행해 온 그간의 수매가격 결정 방식을 지적하며, 올해산 남도마늘 수매가격이 적정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농협에 낸 마늘을 회수해 오겠다고 선포했다.
특유의 향과 매운맛을 지닌 남도종은 김치를 담글 때 주로 사용하는 양념용 마늘로, 대서종과 비교해 크기가 작고 생산량 또한 적은 편이다. 남도마늘은 제주를 비롯해 전남에서 주로 생산되지만 적은 생산량 대비 높은 생산비 탓에 최근 재배면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 (사)한국마늘연합회가 진행한 2025년산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도종 대표 주산지인 해남군 마늘 재배면적은 지난해 635ha에서 523.7ha로 1년 사이 약 18% 줄었다. 아울러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마늘협회) 해남군지회에 따르면 남도마늘 재배면적 감소의 원인은 이상기후 및 재해로 인한 생산량·품질 하락, 수년째 생산비를 밑도는 수매가 영향이 주요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수매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땅끝농협 깐마늘 가공공장 일원에서 만난 박충훈 마늘협회 해남군지회 송지면지회장은 “1평 기준 평균생산량 4kg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반복되는 재해 여파로 평당 생산량이 최근 3년 내내 3kg을 밑돌고 있다”며 “생산량 감소뿐 아니라 품질 하락도 심각한데, 70·20·10%대였던 상중하 비중이 올해는 20·50·30%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지회장은 “남도마늘을 취급하는 이곳 해남지역 농협의 계약재배 수매단가는 제주를 비롯해 신안, 무안 등 인근 농협의 수매가격을 기준 삼아 얼마를 더 올리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방식이 너무 비합리적이다. 근거가 전혀 없어서다”라며 “매년 수매가가 낮아 농민들은 적자가 수년째 누적되고 또 누적돼 있는 상태로, 남도마늘 재배 농가 대부분이 이제는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이제 생산비 보장이 아닌 생존 보장을 요구해야 할 때다”라고 전했다.
마늘협회 등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남도마늘을 계약재배하는 인근 농협의 수매단가는 1kg 기준 △서남부채소농협 3700원 △무안농협 3500원 △신안농협 3800원 등이다. 아직 불투명하지만 해남지역 마늘 수매단가는 1kg당 4000원 선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중·하품의 단가는 각각 3500원·3000원 수준일 확률이 높은데, 올해 마늘협회가 산정한 해남지역 남도마늘 생산비는 1kg 기준 6359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수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인건비며 비룟값, 농약값 등 안 오른 생산비가 없다. 특히 올해는 마늘 뿌리가 깊이 내려 수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이로 인해 인건비도 더 많이 들었다”며 “수매가가 제대로 결정되지 않으면 지난해, 지지난해에 이어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허용식 마늘협회 해남군지회장은 포전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농가가 농협 수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남도마늘 상황을 언급하며 그간 해남지역 농협 등이 수매 때마다 자행한, 불합리한 수매가 결정 방식을 거듭 지적했다. 허용식 지회장은 “김치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매년 김장철 남도마늘 수요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수요가 없지 않고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수매가는 수년 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농협에서 자체 가공공장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마음먹고 영업만 잘 하면 농가가 수확한 마늘을 적정 가격에 충분히 수매할 수 있다.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농협 자체 손실보전금도 있고 행정에서 유통손실보전금 등을 끌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농협에선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매년 수매가를 낮은 수준으로 결정해 농가 숨통을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허용식 지회장은 “농가 실정을 뻔히 알면서 농협에선 수매가를 낮게 잡은 뒤 이익 나면 환원해 주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매년 낮게 형성한 수매가를 기준으로 또 이듬해 수매가가 결정되다 보니 농가에선 수년째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면서 “농가도 이제 임계치에 다다랐다. 이번만큼은 좋게 넘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농민들이 올해 강경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데에는 그간 농협이 계약재배 수매단가를 선정한 방식이 비합리적이고 수매가격 자체가 낮은 영향도 이유지만, 최근 농협이 수매가 결정에 앞서 반드시 수반돼야 할 이사회 일정을 미루는 등 미심쩍은 행보를 보여서다. 농민들은 이러한 행동이 수매가를 낮게 잡기 위한 밑 작업일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마늘협회 해남군지회는 적정 가격을 농협 측에 제시하고 특히나 생산 비중이 높은 중품 가격을 사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올해까지 낮은 단가가 지속될 경우 강경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마늘협회 전남도지부 역시 행정을 통해 마늘가격이 적정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간담회를 진행하는 한편 남도마늘 재배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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