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출 사장 도입시기 구체화
출하농가·중앙정부 반응 관심
24시 소매 쇼핑몰 운영 밝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이르면 2018년에 시장도매인제를 가락시장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도 도입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조례는 통과된 지 2년이 넘도록 중앙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격 칼질’ 등 과거 위탁상의 폐해가 재현될 수 있다는 농가 우려를 의식한 때문이다. 전국 출하농가들은 5만명 이상의 서명이 담긴 ‘농민출하자 시장도매인제 반대 진정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시장도매인제 도입 의지를 피력하는 수준을 넘어 도입 시점을 구체화함으로써 출하농민의 반발 등 파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관련 조례가 효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데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조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음으로써 지자체 관련기관이 중앙정부의 도매시장 정책 일관성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6월30일 서울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가락시장 9대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도매법인과 시장도매인이 경쟁하면 산지의 물건을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며 “시장도매인제를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마무리시점(2025년)에 도입할 계획이나 공감대가 빨리 형성되면 3~5년 후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 서울시 조례를 조건부 승인하는 등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계속 추진하는 배경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산지 조직화가 상당히 이뤄져 농협이나 영농법인 등을 통한 공동출하 물량이 20% 이상 되는 등 산지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산지 변화가 완성될 때 (제도를) 시작하면 이미 때늦은 대책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사장은 시설현대화사업의 1단계 결과물로 올해 말 개장 예정인 ‘가락몰’을 연중 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먹거리 관광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사장은 가락몰 운영계획과 관련, “소매 쇼핑몰인 가락몰은 지상부에 음식점을, 지하부엔 농수축산물 소매점포를 입점시켜 동반상승 효과를 창출하는 한편, 참치 해체쇼와 팔도음식축제·비보이단 공연 같은 볼거리 조성을 통해 관광 명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농안기금 등 정부자금이 대거 투입되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농산물 출하환경 개선을 기대해 온 산지의 바람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김소영·이성제 기자
* 시장도매인제=도매시장 상인이 경매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집과 분산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상인과 출하농민의 수의거래로 중단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물류가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도매법인이 수집을, 중도매인이 분산을 나눠 맡는 기존 경매제에 비해 거래가 투명하지 못하고 출하대금 결제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올해로 개장 30년을 맞는 가락시장의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사업으로 가락시장 재건축사업이라고도 부른다. 모두 3단계로 진행되는데 소매권역의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1단계 사업(예산 3151억원)이 올 2월 완성됐다. ‘가락몰’이란 초대형 복합 쇼핑몰과 지상 18층 규모의 업무동이 현재 준공된 상태다. 가락몰은 각각 지하 3층과 지상 3층의 판매동과, 같은 규모의 5개 건물(a~e동)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현재 청과·수산·축산 직판상 200여개 점포를 판매동 지하부에 이전 재배치하고 식당 등 요식업소를 5개 건물의 지상부에 입점시킨 뒤 올 연말 문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직판상인들은 지하에 입주할 경우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도매권역 재건축을 골자로 하는 2·3단계 사업은 내년 공사에 들어가 2025년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장도매인제 면적이 어느 정도 배치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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