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농식품부 장관의 조건
한국농정신문 2025. 6. 15
우리는 무수히 많은 역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겪어 봤다. 존경할 만한 업적을 남긴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장관 자리만 지키다 다른 부처로 옮겨가기 위한 마중물로 여기는 이, 농민은 안중에 없고 산업으로서의 농업만을 정책목표로 하는 이, 경제논리에 함몰돼 농업·농촌·농민의 본질적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이해를 하다가도 장관이 되고 나면 전혀 딴사람이 되는 이, 관료들의 논리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관료의 입 노릇이나 하는 이 등 다양한 장관들을 겪어 봤다.
역대 장관들을 직업군으로 나눠 보면 정치인, 관료, 학자, 농민 등이다. 장관이 되기 전의 직업이 장관직 수행 방식이나 조직 장악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 하는 것은 그의 직업과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정치인 출신이 추진해야 하는 정책과 관료 출신이 추진해야 하는 정책, 학자 출신이 추진해야 하는 정책과 농민 출신이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의 목표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정부의 초대 농식품부 장관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대통령과도 코드가 맞고 우리 모두가 만족하고 기대할 수 있는 장관의 조건은 무엇이어야 할까. 세 가지만 지적하면, 첫째는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경제적·이성적·합리적 논리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접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사회적·정서적·감성적으로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는 거창한 정책담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당장 힘겨운 농민·농촌·농업의 현장 문제부터 발굴할 줄 알고, 일단 대안을 찾으면 강하게 밀고 가는 추진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대 담론은 학계나 농특위 등에서 논의하게 하고, 정부는 시급한 과제부터 발굴·추진해야 한다.
셋째는 어떤 형태로든 농업·농촌·농민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본 사람이어야 한다. 간접적인 농사 경험이 아니라 땀흘려 농사일도 해봤고, 불편하기도 한 농촌에서 살아도 봤고, 농민들과 이웃하며 살아도 본 사람이어야 한다. 도시공간에서 자라 농촌도 농민도 농업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농업·농촌·농민을 정서적·감성적으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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