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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온 피해로 인해 생육이 부진했던 양파밭. 정상 생육을 하지 못해 ''하품 양파(소형 양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김종채 완주 화산농협 조합장(사진 맨 앞 오른쪽)이 양파 망 작업 현장에서 저온 피해로 작황이 부진한 양파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수확철 맞은 전북 양파농가
생육기 꽃샘추위로 구 못 커
상품성 있는 양파 30%도 안돼
수확량 20% 이상 감소 전망
20kg 한 망 가격 1만2000원
손익분기점 2만원도 못 미쳐
한국농어민신문 완주·정읍=구정민 기자 2025. 6. 13
양파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6월, 전북 일부 산지에서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읍, 완주 등지에선 이상저온과 가뭄 여파로 양파 생육이 부진해 “예년보다 작황이 크게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인은 이상저온이다. 봄철 생육기에 꽃샘추위가 이어지며 양파 구(球)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했다. 여기에 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정읍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 문형석 양파생산자협회 전북지부장은 “올해 정읍은 냉해 피해가 심각했다. 부직포를 씌우지 않은 밭은 거의 전멸이다. 구가 작아 아이들 주먹만 한 양파가 대부분이고, 상품성 있는 양파는 30%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칠보농협, 신태인농협을 중심으로 양파를 많이 심는 지역인데, 농가 3분의 1은 작황이 좋지 않아 수확을 해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파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양파는 대표적인 월동작물로, 10월 말 정식해 이듬해 6월 초 수확한다. 특히 봄철 기온과 일조량이 생육과 수확량을 좌우하는데, 올해는 5월까지 이어진 가뭄과 저온으로 생육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이로 인해 지상부 생장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구 비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포전 곳곳에서 주먹 크기에도 못 미치는 양파가 확인되고 있다.
문 지부장은 “예년이면 100망 중 70망 이상은 상품이지만, 올해는 30~40망 수준이다. 하품 양파가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대부분 상품성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종채 완주 화산농협 조합장은 “올해는 작황이 괜찮을 거라 기대했지만, 수확해보니 구가 너무 작다. 다마 형성이 저온으로 늦어지며 전체 수확량이 20% 이상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년 1마지기당 수익이 30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80만~210만원으로 1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포전거래도 안 되고, 조생종은 저장고에 쌓여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홍남귀 화산농협 전무는 “현재 양파 한 망 가격이 1만2000원으로, 지난해 수매가인 1만3800원보다 낮다”며 “인건비와 자재비,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농협이 계약물량 외에도 출하물량을 책임지지 않으면 농민들은 설 자리가 없다”며 “이럴 때 농협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수입산 양파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문형석 지부장은 “3월에 양파 시세가 1500원/kg을 넘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TRQ 물량을 들여오겠다고 나선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작황이 어떻게 될지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성급히 수입을 추진해 시장에 불안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분말 형태로 들어오는 수입 양파는 조미료 등 가공용으로 많이 쓰인다. 정밀 검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통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실정”이라며 “중금속 등 안전성 검사 강화를 포함한 정부의 규제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도 피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정재관 전북도청 스마트농산과장은 “노지채소는 기후에 민감해 수급 조절이 늦어지면 가격 급등락으로 이어진다”며 “생산자 중심의 협의체를 통해 과학적 수급관리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식품부가 중생종 출하 연기와 5000톤 규모 저장비용 지원 계획을 마련한 만큼, 이에 맞춰 도 차원의 대응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부직포 지원, 기계화 교육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생산기반 구축사업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보상보다도, 기후위기 속에서 농가가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훈구 한농연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장은 “가격 정책 하나로 농민 생존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정부가 수입 통제와 생산량 조절을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올해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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