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업 고구마 가입률 9.2%
시범사업 품목도 성적 저조
감귤 1.3%·봄감자 17% 그쳐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2025. 6. 13
올해 본사업으로 전환된 농업수입안정보험 가입률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4월 봄감자를 시작으로 가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난항을 겪고 있다.
농업수입안정보험은 자연재해·화재·병충해 등에 따른 수확량 감소뿐만 아니라 시장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까지 보상해주는 정책보험으로, 2015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 9개 품목이 본사업으로 전환됐고 7개 품목은 시범 운영된다.
올해 본사업으로 전환된 고구마는 전국 대상면적 1만5173ha 중 1397ha(418농가)만이 보험에 가입했다. 가입률은 9.2%에 불과하다. 시범사업 품목들의 실적도 좋지 않다. 제주·서귀포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감귤(만감류) 가입률은 1.3%(44ha, 110농가), 봄감자는 17.0%(328ha, 347농가)에 그쳤다. 봄감자 사업지역은 충남 4곳(서산·태안·부여·홍성)과 경북 4곳(예천·상주·안동·영주)이다. 특히 감귤과 고구마는 상품 판매기간을 당초 5월 말에서 각각 6월 5일과 10일까지 연장했지만 가입률이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보험료 높고 보상 충분치 않아”
농가들이 농업수입안정보험을 외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보험료가 농작물재해보험보다 비싼 반면 기대되는 보상이 많다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드향 1000평을 재배한다고 가정하면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는 약 27만8400원인 데 반해, 수입안정보험(과거수입형)은 35만34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약 27% 정도 더 높다.
제주지역 한 농가는 “지난해 열과 피해가 발생했지만 피해율을 낮게 산정하면서 충분히 보상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보험료를 더 내는 수입안정보험을 굳이 가입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농가는 “감귤 유통구조상 좋은 상품은 개인 거래 등으로 납품하고 도매시장으로 유입되는 물량은 하품이 많다. 그래서 기준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고 보전금액도 피해액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라고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충남 서산시 농업기술센터의 정책보험 담당자는 “시범사업이라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있지만 실제로 농가 입장에선 이 보험이 ‘투자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지자체 관계자도 “지난해 열과 피해에 따른 보상을 농작물재해보험에서 충분히 해주지 않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정책보험에 대한 불신 속에서 보험료가 더 높은 상품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충분한 준비와 치밀한 설계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예견됐던 결과”라면서 “예를들어 농가들마다 판매가격이 다 다른데, 농사를 잘 지어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 입장에서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보장하는 농업수입안정보험에 가입하겠냐”고 반문했다.
임 교수는 “소득 등 농가별 세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사전에 도상연습이나 시뮬레이션을 한 후에 시행했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새 정부는 농업수입안정보험이 내실있게 추진되도록 철저히 준비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박혜민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서기관은 “원래 감귤과 고구마, 감자는 농작물재해보험, 수입안정보험 가입률이 높지 않은 품목이지만 식량안보와 식량자급률 측면에서 상품화했다. 다만, 고구마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과 수입안정보험 합산 가입률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18%로 향상됐다. 수입안정보험을 통해 농가 소득 안전망에 들어오는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수혜를 본 농가들이 늘어날수록 수입안정보험 가입률이 향상될 것이다. 정부는 수입안정보험을 농가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현장 수요에 맞게 보험 상품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답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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