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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강원 양구군청 앞에서 열린 ‘필리핀 계절노동자 도입에 불법 브로커 개입 정황, 양구군의 해명과 실질적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왼쪽 두 번째)이 현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양구군을 성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양구 필리핀 계절근로자 입국 파행 사태
브로커 임금갈취 따른 필리핀 정부 조치
농작업 차질에 누명까지…농민들 2중 피해
양구군농민회 강경 대응…군수 압박 나서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6. 13
농촌 고령화와 일손부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운영 중인 외국인 계절근로자제. 1년 중 특정 기간에 숙달된 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 우리 농촌 현장에 필수적인 정책이다. 그런데 강원도 양구에서 이 정책에 불법 브로커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양구군(군수 서흥원)은 필리핀 팡일·파에테 지역과 업무협약을 맺어 연간 500여명의 계절근로자를 받고 있다. 그런데 통상 3월 상순이면 완료됐던 계절노동자 배정이 올해 비정상적으로 늦어졌다. 필리핀 정부가 계절근로자 송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송출 중단의 이유다. ‘고용주 농가의 폭언·폭행’ 등 소문과 의혹만 난무하던 중, 지난달 21일에야 이유가 명확히 밝혀졌다. 필리핀 노동자 210명이 양구군과 군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내용인즉 ‘임금 체불’ 문제였다.
양구군농민회(회장 이종환)는 긴급히 상황 파악에 나섰고, 확인된 바는 이랬다. 양구군과 팡일·파에테의 계절근로자 인력 수급 과정엔 ‘원컨설팅’이라는 국내 중개업체가 끼어 있었다. 원컨설팅은 중개를 맡은 2023년부터 매년 노동자 한 사람당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144만원, 체류연장비 명목으로 56만원을 징수했다. 2년 동안의 계절근로 연인원 1000명을 대입하면 총액은 대략 20억원으로 추산된다.
원컨설팅은 고용주 농가에게 이 돈을 청구하면서, 계절근로자들에게 이를 공제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안내했다. 계절근로자제 자체가 엄연한 정부 사업인 만큼 농민들은 의심 없이 이에 따랐고, 결국 계절근로자들 입장에선 임금 일부를 정산받지 못한 꼴이 돼버렸다.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결국 필리핀 정부가 노동자 송출 중단에 나선 것이다.
징수 금액과 절차가 적절한지 여부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 애당초 계절근로자제에 관한 모든 업무계획·지침·협약서가 양국 지자체 사이에 사인(私人)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에서 원컨설팅은 존재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불법 브로커’에 해당하며 단돈 1원이라도 징수할 권한이 없다.
문제는 양구군의 태도다. 입국지연 사태 초기부터 농민들의 문의에 불투명하게 대응해 온 양구군은 브로커 개입 정황이 드러난 이후에도 양구군농민회의 군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군의회에선 서흥원 군수와 원컨설팅 대표 간 친분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결국 양구군농민회는 12일 양구군청 앞 기자회견으로 사건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양구군의 브로커 방조·공조 의혹을 강조하며 양구군이 문제 해결과 피해 노동자 체불임금 지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양구군이 급히 언론사에 “원컨설팅과 계약을 체결한 건 양구군이 아니라 필리핀 현지 지자체”라는 해명을 전했지만, 그렇다면 필리핀 정부는 왜 적반하장을 하는지, 또한 양구군이 그간 원컨설팅의 존재를 어떻게 모를 수 있었는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이 가득하다.
비단 외국인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농민들의 피해도 선명하다. 지난달 뒤늦게 캄보디아와 필리핀 타 지역 계절근로자들이 입국했지만 이미 농사 적기를 놓쳤으며, 필리핀 피해 노동자들이 국내 농민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거론하는 등 누명으로 인한 피해까지 겹쳐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양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확한 상황 파악은 되지 않고 있지만 양구군농민회에 따르면 원컨설팅이 개입하기 전인 2022년 이전에도 양구 계절근로자제에 다른 브로커가 존재했으며, 전국 다른 지자체들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확인되고 있다.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은 “단순히 어쩌다 생긴 일이 아니다. 10여년간 계절근로자제를 운영하면서 언젠간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고 그게 올해 터진 것뿐”이라며 “양구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지역에서 잘잘못을 가리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을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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