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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①보행 장애인을 위한 아동용 웨어러블 로봇(강릉) ②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문화사업, ''엄니, 영암극장 가시게''(영암) ③청소년들을 위한 공감존(정읍) ④관내 처음으로 문을 연 소아과(곡성) ⑤보육지원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토닥토닥 영덕문화센터(영덕) ⑥답례품으로 인기 높은 딸기 체험농장(논산)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대표 민간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 홈페이지
고향사랑기부제 성공방정식을 찾아라 <7> 제도 개선 제언 및 일본 사례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2025. 6. 10
한국농어민신문은 창간 45주년 기획 시리즈 ‘고향사랑기부제, 성공방정식을 찾아라’를 통해 곡성·정읍·논산·강릉·영덕·영암 등 6곳의 기초자치단체를 찾아 그 성과와 과제를 들여다봤다. 이들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지정기부사업을 도입하고, 고유한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구성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방정식’을 써내려가고 있었지만, 동시에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하고 있었다.
전문가들 또한 고향사랑기부제가 이제 단순한 제도 안착 단계를 넘어 ‘도약을 위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한국농어민신문은 기획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가 제언과 함께, 고향사랑기부제의 모티브가 된 일본의 ‘고향납세제’ 운영 사례도 살펴봤다.
지자체 ‘빈익빈부익부’ 안되게
지역간 배분시스템 마련 필요
읍면 단위 지정기부 도입도
기부자 입장서 제도 재설계
민간 플랫폼 활성화로
다양한 프로젝트 모색해야
거주지 기부 원천차단 풀고
청년유입 수단 활용 제안도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자 2023년 1월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3년 차에 접어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고향사랑기부제를 점검하고 한 단계 도약시킬 골든타임이라는 데에 다양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는 제도 시행 2년6개월을 지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고향사랑기부제 개선을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로 공약해온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고향사랑기부제 개선을 통해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히며, 법인의 고향사랑 기부 허용과 법인 기부 사업의 지출 현황 및 평가 결과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제도의 지속 가능한 운영과 효과적인 개선을 위해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영역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자체 담당자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지자체의 자율성 강화를, 중장기적으론 지역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지자체의 한 담당자는 “사실상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주체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주체가 된 느낌”이라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민간 플랫폼이 한 곳 있지만,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고향사랑이(e)음 플랫폼을 통해 관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실적 위주의 순위표만 매기면서 압박은 심한 반면, 담당자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같은 중앙 재정 의존형 제도와는 다르다.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자율성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 기부가 집중되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고향사랑기부제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 간 가중치를 두거나 기부금이 적은 지자체에 대한 배분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읍면 단위로의 기부 세분화나,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도 기부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등 기부자 입장에서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은 “현재 고향사랑기부제가 시군 단위로 운영되면서, 정작 고향이라는 느낌은 덜 드는 경우가 있다. 고향의 실체는 마을, 학교가 있는 읍면 단위에 가깝다”며 “읍면 단위의 지정기부 형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다닌 학교나 고향 마을이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농촌 살리기도 읍면 단위 지정기부를 통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창원에서 태어나 계속해서 창원에서 살고 있다면 창원에도 기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거주지 기부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며 “반면 광역단위의 고향사랑 기부는 기부자에게 실질적인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기부자 입장에서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제도가 지역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지자체들도 여전히 있다”며 “이들 지자체에 대한 맞춤형 홍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 확대와 민간 플랫폼 활성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모 군의 제도 담당자는 “현재 민간 플랫폼은 사실상 단 한 곳으로, 이마저도 지난해 말에 문을 열었다”며 “지역 담당 공무원의 아이디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민간 플랫폼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나오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향사랑기부제의 근본 취지인 국가 균형 발전을 실현하려면, 특히 소멸위험지역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인구소멸지역의 청년 유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신두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 소장은 “인구 감소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재원은 사람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청년 유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답례품 생산 주체로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지정기부사업을 통해 농촌 빈집을 개보수해 청년 및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제도 주체자인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대선을 앞두고 새 정부에 제도 개편을 요구한 바 있다. 주요 요구안으로는 △세액 공제 한도를 현행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 △지역 발전 재원으로의 기부금 활용 확대 △법인 기부제 도입을 통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 등이 요구안에 담겼다.
# 전문가 제언/이연경 공감만세 일본법인장
“내가 낸 돈이 어떤 변화 일으켰는지 알면 기부 늘어”
일본은 지자체-민간 협력 활발
민간플랫폼 30-40개 운영 중
지역기업이 지정기부함 열기도
개인소득 10%까지 세액공제
2016년부터 법인 기부도 가능
“간단합니다. 기부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자체 담당자가 어떻게 하면 사업에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이 두 가지만 해결되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발전의 유용한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 이 제도의 모티브인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모두 경험한 사회적기업 공감만세의 이연경 일본법인장은 이같이 강조하며 “양 국가의 가장 큰 제도 차이는 지자체 권한에 있다”고 짚었다.
공감만세는 2017년 11월과 2018년 5월, 일본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정과 도쿄 시부야구 두 곳에 법인을 설립해 고향납세 제도를 직접 활용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민간 고향사랑기부 플랫폼 ‘위기브(Wegive)’를 최초로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연경 법인장은 “일본은 고향납세와 관련해 지자체와 민간 기업 간 연계가 활발하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 정부가 운영하는 이음 플랫폼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는 이음 같은 정부 운영 사이트는 없고, 30~40개의 민간 플랫폼이 지자체와 협력하며 운영되고 있다”며 “특히 지역 민간기업이 직접 지정기부함을 열 수 있게 해 지역살리기 프로젝트가 다채롭게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기부자 중심 구조’가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이 법인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향납세 민간플랫폼인 후루사토초이스는 과일, 해산물, 육류 등 카테고리를 매우 섬세하게 구성해 기부자가 원하는 품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정기부와 관련해서도 기부자가 아이 관련 활동에 관심이 많다면 해당 프로젝트만 골라 볼 수 있는 식으로 지정기부 기능이 강화돼 있다”며 “기부자 입장에서 ‘내가 낸 돈이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재기부로 이어지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고향납세를 통해 회생한 지자체 사례도 여럿 존재한다. 이연경 법인장은 “탄광 산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던 훗카이도 유바리시는 과도한 관광 인프라 투자로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고향납세를 활용해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다”며 “재정자립도가 전국 1700여 개 지자체 중 최하위권이었던 이바라키현 사카이마치도 고향납세를 적극 활용해 전국 평균 이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의 제도 차이도 명확하다. 한국은 10만원 이하 기부에 한해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일본은 보통 개인 소득의 10%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또한 일본은 2016년부터 법인이 기부할 수 있는 기업형 고향납세제도도 운영 중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법인의 기부가 제한돼 있다.
공감만세는 국내에서도 기부자 중심의 제도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자체 플랫폼 위기브는 현재 40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있다. 그중에서도 광주 동구는 국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자체로, 공감만세와의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 회생 모델을 만든 사례다.
이 법인장은 “광주 동구에 발달장애 아동 야구단 ‘이키야구단’이 있었는데, 행정 지원이 끊기며 해체 위기에 놓였다”며 “공감만세와 동구청이 협력해 이 야구단을 지정기부사업으로 되살렸고, 최근에는 경기장에 기부자를 초청해 직접 변화된 모습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 법인장은 마지막으로 “기부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민간과 협력해 더 적극적으로 기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단순히 실적 순위를 평가하기보다 이런 우수사례를 홍보하고 알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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