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고랭지배추의 미래를 지키는 힘, ‘고랭지배추연구실’ 신설
한국농업신문 전문가칼럼=조지홍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장 2025. 6. 10
배추는 김치의 핵심 원재료로, 연중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다. 특히 한여름에 출하되는 배추는 고온을 피해야 하기에 강원도 고랭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여름철 고랭지 최고기온이 30℃를 거의 넘지 않아 배추 생육에 적합했지만, 최근 5년간 평균 28℃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생육 장애, 병해 확산,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랭지에서 사과나 인삼 등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농가도 늘고 있으나, 이들 작물 역시 장기적으로는 고온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고온으로 인한 칼슘 결핍, 반쪽시들음병, 씨스트선충 피해가 늘면서 고품질 배추 생산이 점점 어려워지고, 이는 곧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는 2024년 9월 1일 ‘고랭지배추연구실’을 신설했다. 이 연구실은 여름배추의 안정 생산과 병해충 대응, 토양보전 등 전반적인 재배 환경을 아우르는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을 목표로 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반쪽시들음병 방제다. 이를 위해 고랭지배추연구실은 미생물퇴비를 개발해 현장에 보급 중이며, 2024년 태백과 강릉 안반데기 농가에서 실시한 실증시험을 통해 70% 이상의 방제 효과를 확인했다. 2025년에는 농식품부 및 강원도와 협력해 120ha 이상으로 실증 면적을 확대하고, 연차 간 처리 효과도 분석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에 강한 작물을 이용한 돌려짓기 체계, 경사지 토양 유실 방지 및 지력 회복 기술도 개발해 고랭지의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 조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고온 환경 변화로 복잡해진 바이러스 발생에도 대응하고 있다. 순무모자이크바이러스, 배추황화바이러스, 질경이모자이크바이러스 등의 발생을 모니터링하고 전염 경로를 분석하는 한편, 방제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와 병해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저항성 품종 개발이 필수적이며, 연구실에서는 저항성 유전자 탐색, 병원균에 강한 배추 자원 선발, 유용 미생물 선발 등의 기초부터 실용화까지 이어지는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고랭지배추 문제는 한 기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고온 경감 기술과 저항성 품종 육성을, 국립농업과학원은 국가검역병해충인 씨스트선충 연구를 맡고 있으며, 민간 종자기업과 강원도농업기술원, 지역 농업기술센터 등도 농가 밀착형 기술지원을 통해 현장 연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랭지배추연구실은 이들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연구와 보급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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