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매출 발목잡혀 사각지대
“규제 풀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농민신문 김인경 기자 2025. 6. 10
“면 단위에선 농협하나로마트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슈퍼마켓도 하나 없어요. 우리지역 상품권을 쓰려면 버스를 1시간 이상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확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농협하나로마트에서도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해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소비자가 구매·사용할 때 7∼1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정치권과 유통가에 따르면 경기 부양과 내수 회복,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관련 예산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이한주 신임 국정기획위원장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화폐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진통제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으로 돌아가는 부분 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지역화폐로 발행해 어떤 지역에서 얼마 동안 쓰게 할 것인가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국정기획위는 종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대신해 정책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점에서 해당 수장 발언은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성준 여당 정책위의장 또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2차 추경안에) 20조∼21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민생 회복 지원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사업 종합지침’에 따르면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하려면 연 매출액이 30억원 이하인 때만 가능하다. 앞서 행안부가 2023년 사용지침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협은 신용과 경제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특성상 연매출 30억원 이하인 곳이 전무하다. 사실상 지역화폐의 사각지대로 남는 셈이다.
조원민 하나로마트 선도조합협의회장(서울 서서울농협 조합장)은 “농협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못 쓰는 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상품권 발행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사업 성격과 지역 특성을 배제하고 매출액만으로 가맹점 등록 여부를 정한다면 농민과 농촌 주민의 생활·경제적 불편함이 매우 커 지침 개정 필요성을 행안부 등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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