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본격화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을 포함해 20조원 이상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농가 경영난이 가중되는 만큼 추경안에 농업민생 예산도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두번째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2차 추경 계획과 그밖의 경제 활성화 방안을 점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 추경 편성방안과 부처별 추경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추경 편성을 위한 정부의 재정 여건과 2025년 1차 추경(13조8000억원) 집행 현황 등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추경규모는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확실한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려면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35조원 규모 추경안’을 제안한 바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월 민주당이 제안했던 추경안) 35조원에서 (확정된 1차 추경안) 약 14조원을 빼면 20조∼21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대통령의 의지와 정부의 재정 여력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사업으로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등이 거론된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앞서 민주당이 제안한 1차 추경안에 담겼던 사업으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뼈대다.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는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역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면서 “전 국민 지역화폐 지급을 비롯한 소비 진작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고 경제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급 대상이나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농업계에서는 농가 경영난이 가중되는 만큼 추경안에 농정예산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5월 통계청이 내놓은 ‘2024년 농가 및 어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소득은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고 농업경영비와 농가부채는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는 등 농민의 민생이 녹록지 않다. 농업계는 1차 추경 논의 때 ▲비료·사료값 지원 ▲농가 전기요금 인상분 차액 지원 ▲축산·과수 시설 현대화사업 등의 재정 투입을 요구했지만, 이 중 무기질비료 지원 예산만 가까스로 확보했다.
강정현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기요금이 농가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다”며 “농업민생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분 차액 지원은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9일 성명을 통해 시설 현대화사업과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 등 농정예산을 요구했다. 다만 “추경 편성 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2026년 본예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현안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필수 과제 중심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계 요구사항 등을 고려해 작업할 것”이라면서 “추경은 올해 전부 소진해야 하는 예산이므로 당장 집행 가능한 사업 위주로 구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2차 추경은 늦어도 7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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