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상 칼럼] 새 정부 농정의 실효적 추진을 위한 제언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2025. 6. 9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했다. 짧은 대선 기간, 내란 종식 논란 등으로 대선 과정에서 농정 의제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선거 대응 차원의 민원성 공약과 원론적 주장이 중심을 이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농정 공약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더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식량주권이 걸린 국가안보의 핵심 산업이다” “농업은 단순한 1차산업을 넘어, 대한민국 균형발전과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국가 전략 산업이다”는 인식하에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케이(K)-농업강국을 만들겠다” “농정 대전환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면서 다양한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새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업무가 바로 시작돼 농업재해 보상 현실화, 필수농자재 지원제도 도입, 기후위기에 강한 스마트 농업체계 구축, 데이터 기반 농정체계 구축, 노후 보장 농업 및 세대교체 촉진,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통한 ‘햇빛연금’ 확대를 약속했다. 또 직불 예산 확대, 선진국형 농가소득 안전망 확충, 쌀의 적정 가격 보장, 농식품산업의 미래성장동력화, 친환경 유기농업과 저탄소농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농정 공약과 관련된 재원 확보방안, 기존 관련 정책과의 업무 조정, 정책 목적 재정립 및 대상의 재편 등을 어떻게 실효적으로 추진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약만으로는 새 정부 농정의 구체적 모습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농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현안을 별도로 구분해 대응하되, 새로운 농정 비전 공유와 중장기 안정적 농정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이 예견되는 개혁적 과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농민은 정책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 설계의 주체로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자.
농업생산성 정체, 농업소득 기반 취약 등 농업경영 위기, 기후위기, 먹거리 위기, 농촌 삶의 질 저하 및 지역소멸 위기 등 다중·복합 위기 속에서 농업·농촌 관련 주요 과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해 농정당국을 넘어 범부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자. 물론 국내외 어려운 정치·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체계적인 농정 개혁을 추진하기 힘들 수 있다. 모든 부분에서 다양한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국정 운영에서 경제와 민생 회복, 사회통합을 먼저 챙겨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농업계 스스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양한 농정 과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욕심으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잘못을 범하지 말고, 사회 공동체와 공존하면서 농정 의제를 국정 과제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자.
공약으로 제시된 주요 과제에 대한 논점을 구체화하고,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지원 확대 공약에 대한 재정 확보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원 방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산업으로서 농업 육성 수단을 ‘재정 투입’에서 ‘시스템 전환’으로 바꾸고,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역 중심으로 농정 추진체계를 개편하자. 시스템 전환과 지방분권은 힘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부담으로 대선 공약에 담기지 않은 농지제도 및 구조개선, 재정 및 세제 개혁, 직불제 재편, 정책 대상 재정립 등에 대한 논점을 명확히 하고, 실효적 추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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