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급등, 껑충에서부터 고공행진, 천정부지, 금(金)’까지 자극적인 단어들이 연일 배추와 배추 시세를 수식하고 있다. 가뭄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 따른 소비침체로 타들어가고 있는 농심에 기름을 붓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뭄 탓 생산량 감소 외면, ‘폭등·급등’ 물가상승 주범 몰아가기
가뜩이나 메르스로 소비심리 위축된데 부채질…생산농가는 피멍
준정부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일 ‘1월 대비 5월 배추 판매가격 58.0% 상승’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일부 언론에서 자극적인 단어로 색을 입혀 배추가 물가상승의 주범인 냥 재인용했다. 또 지난 둘째 주에는 가뭄으로 인한 농가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가뭄으로 배추 생산량이 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배춧값이 크게 상승했다’는 이슈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소비자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난 4일은 5월 한 달간 1만원 이상(가락시장 10kg망대 상품)의 강세를 보였던 배추 시세가 메르스 여파 등으로 한풀 꺾여 6327원을 기록한 날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은 5월 중순 10kg기준 1만752원에서 하순에는 9824원으로 떨어졌고, 이달 상순에는 7168원까지 하락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6월 생산 및 출하량 감소로 향후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메르스 영향에 따른 소비감소로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소비에 대한 어두운 전망 속 나오는 배춧값 급등 보도는 소비심리 위축에 불을 붙이는 처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 10일 밝힌 배추 전망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가격은 출하지연 및 출하량 감소로 1만원(10kg)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둘째 주 금요일인 12일 7991원을 기록하는 등 둘째 주 내내 7000~8000원대의 배추 시세가 유지되며 전망보다 낮은 시세가 이어졌다. 배춧값 폭등 식의 자극적인 여론이 가뜩이나 메르스로 주춤해있는 소비심리를 더욱더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셋째 주부터는 출하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엽채류 특성상 배추는 비가 조금만 와도 살아나는 속도가 빠른데 이를 외면한 채 일회용성으로 폭등이나 급락 등의 용어를 쓰는 것은 배추산업을 후퇴시킬 뿐이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지난 2년간 계속된 바닥세로 힘겨워했던 농가들은 이런 발표와 보도 등으로 또 한 번 상처를 받고 있다. 올해 배추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지난 2년간의 지독하리만큼 낮았던 시세로 생산비도 못 건진 농가들이 농토에서 등을 돌리거나 타작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런 농가들에게 올해 조금씩 살아났던 소비와 시세는 가뭄 뒤에 오는 단비와eh 같은 것이었는데 이런 단비를 말라버리게 하는 것이 자극적인 발표와 보도였던 것이다.
이에 이제는 이런 발표와 보도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배추 관련 유통인 및 농가들의 조언이다. 도매시장의 한 배추 경매사는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같다. 어떻게 매번 물가의 주범이 배추인 것 마냥 자극적으로 발표하고 보도하는지 모르겠다”며 “배추는 특성상 비가 조금만 와도 금방 살아나는데 이런 것을 무시하고, 또 최근 메르스로 배추를 비롯해 많은 농산물이 소비가 안 되고 있는데 이 부분도 배제한 채 일시적인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태는 농가와 배추 산업을 무너트리는 일이다. 이제는 정말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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