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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농업 민생 4법’ 거부권 행사 이틀 전이었던 지난해 12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진보정당·농민단체와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수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용산이 막고 있던 민주당 ‘농업 4법’, 이제 장애물은 없다
강력한 쌀값안정, 농산물 가격보장…농민 삶 바꿀 법안들
농민 위한 충심인가 정적 압박 도구인가…진정성 판가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6. 8
오랜 시간 대통령 자리를 준비해온 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폭넓은 관심과 애정을 과시했다. 이제는 실제 국정을 통해 언행의 진정성을 평가받을 시간이다. 특히 농업 분야엔 그 진정성을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잣대가 있는데,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열성적으로 추진해 온 ‘농업 민생 4법’이 그것이다.
‘농업 민생 4법’은 「양곡관리법(양곡법)」을 위시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각각의 개정안을 말한다. 윤석열정부 농정의 과오와 허점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밀어붙인 법안들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집권 내내 국회 의석의 3분의2를 점유해 왔다. 법을 개정하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지다. 그럼에도 이 법안들이 답보 상태인 건 단 하나, ‘용산의 벽’ 탓이다. 2023년 3월 처음 국회를 통과한 양곡법 개정안은 윤석열 ‘제1호 거부권’의 제물이 됐고, 지난해 5월 농안법과 한묶음으로 재등장한 양곡법 역시 정쟁 속에 좌초됐다. 같은해 12월 ‘농업 민생 4법’이란 형태로 재차 용산의 문을 두드렸지만, 권한대행의 거부권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농업 민생 4법’은 쌀값·채솟값 폭락,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 자연재해 빈발로 농민 피해가 극심해지자 그 대응책으로 고안된 법안들이다. 개정이 이뤄지면 △양곡·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 △양곡 초과생산량 정부매입 의무화 △식량자급률 및 농산물 수입 관리 강화 △재해보상금 현실화 △재해보험료 할증 제한 등 농민의 삶에 체감도 높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내용은 민주당이 윤석열정부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 온 농업 담론인 데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부터 각별히 공을 들여 온 만큼 그의 대통령의 공약에도 충실히 담겨 있다. 즉, 이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에서 법 개정의 장애물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여전히 국회 의석 170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그간 용산 거부권에 가로막혀 있던 소위 ‘3대 특검법’을 처리했다. ‘농업 민생 4법’도 똑같은 상황이다. 거부권으로 법안이 폐기된 이후 올해 3월 말부터 의원들이 4법 각각을 무더기 발의해 현재 폐기된 법안을 완전히 복원해 놨다. 의지만 있다면 당장 2~3일 안에라도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공포까지 마칠 수 있다. 다만, 민주당 내에 아직까진 법안 재상정 논의가 전무한 상태다.
‘농업 민생 4법’은 이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이자 ‘윤석열 농정’과 구별되는, 민주당표 농정개혁의 상징 같은 법안이다. 단지 내용 실현만이 관건이 아니라 그 추진 속도에서 농업을 향한 새 정부의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개정 작업이 늦어질수록 진정성은 의심받게 되며, 사안의 시급성을 앞세워 윤석열정부를 압박했던 과거 민주당 스스로의 모습 역시 족쇄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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