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달걀 모습. 연합뉴스
3월부터 상승…전년보다 16%↑
협회 “가격 결정에 개입 안해”
제도 시행 전 병아리입식 농가↑
노계 적기 도태 못해 생산량 ‘뚝’
정부 “노계 도축 오히려 늘어”
농민신문 이미쁨 기자 2025. 6. 3
달걀 산지가격이 평년보다 오르면서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가격 상승 원인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단체의 가격 고시가 주된 원인이라고 짚는 반면, 단체는 사육 기준면적 확대 등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주장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달걀 산지가격은 3월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란 30개들이 1판 기준 1월 평균 4894원이던 달걀 산지가격은 2월(4468원) 8.7% 내렸다. 하지만 3월(4772원)·4월(5314원)·5월(5503원)을 거치면서 4∼11%씩 올랐다. 급기야 5월30일엔 5688원을 기록해 2월 평균 대비 27.3% 상승했다. 전년 같은 때(4908원)보다 15.9%, 평년(5087원) 대비 11.8% 높다.
문제는 값 상승 원인에 대한 해석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22일 설명자료를 통해 “대한산란계협회가 제시하는 가격을 토대로 농가와 유통인이 거래하는 구조상 최근 달걀 도매가격 상승은 협회가 산지가격을 높게 설정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일부 농가들이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가격을 축평원에 입력하면 축평원이 이를 취합해 달걀 산지가격으로 공표한다. 농식품부는 협회가 회원농가에 고시하는 가격을 농가들이 실제 거래가격이라고 축평원에 입력한다고 본다.
산란계협회 측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협회에 따르면 매주 수요일 오전, 그리고 가격 변동이 있을 때마다 회원농가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가격을 고시한다. 협회 관계자는 “정보 접근이 어려운 농가를 돕기 위해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역별 거래가격을 단순히 취합한 것일 뿐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회 관계자는 올 9월부터 확대되는 산란계 사육 기준면적 조정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9월 개정된 ‘축산법 시행령’에 따라 새로 산란계를 키우는 농가는 2018년 9월부터, 기존 농가는 올 9월부터 산란계 1마리당 사육 기준면적을 0.05㎡(0.015평)에서 0.075㎡(0.023평)로 확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일(9월1일) 이전인 8월31일까지 병아리를 미리 입식하려는 농가가 늘면서 병아리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그 결과 산란율이 떨어진 노계를 적기에 도태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노계를 조기 도태하고 병아리를 신규 입식한 농가들은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회는 2일 성명을 통해 “달걀가격 상승이 생산자단체 탓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도를 넘었다”며 “생산자·유통인·정부 등이 함께 가격 상승의 원인을 규명하는 공동조사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측은 “병아리가 달걀을 생산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병아리 품귀 현상과 현재의 가격 상승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노계 도축량은 3∼4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6.6∼7.3% 줄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5월16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달걀값 상승과 관련해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5월 중 1차 현장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여부 조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측 갈등이 격화하면서 달걀가격 공표체계를 어떤 식으로든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련 단체, 전문가 등으로 민관협의체를 재구성해 7월 중 달걀가격 결정 체계와 사육면적 기준 등 현안을 논의하며 이견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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