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농촌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청년농 육성을 빼놓을 순 없다. 지난달 27일 강원 원주시의 한 사과밭에서 청년농민 박수훈(36)씨가 적과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청년농 육성에 내일은 있나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5. 6. 1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 정치·사회·경제·문화 모든 분야가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기다. 각계 각층에서 쏟아져 나오는 요구에 부응해 대통령 후보들도 저마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구체적인 공약들을 내놨다. 하지만, 그 공약들이 작동할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은 사회의 지속성 그 자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속성을 위협받고 있는 공간은 농촌이다. 유난히 극심한 지역양극화로 인해 농촌 인구는 도시로 끊임없이 유출돼 왔고, 저출생·인구절벽이라는 전 사회적 위기 속에서 농촌은 특히 심각한 고령화·공동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농업에 뜻을 두고 농촌으로 찾아드는 청년들이 있다. 청년농은 농촌의 물리·경제·문화적 빈공간을 채움으로써 농촌에서 미래에 대한 논의를 가능케 만든다. 농촌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은 단지 농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지역양극화와 기후위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사회문제를 풀어 나갈 단초가 된다. 때문에 농촌에 청년을 유입시키고 그들의 정착을 돕는 것은 매우 우선순위가 높은 국가 정책이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청년농 육성정책은 정부 정책에서 한참이나 뒤안으로 밀려나 있다. 가뜩이나 예산 차별을 받는 농림축산식품부인데 그 수장엔 6년째 발언력·추진력이 부족한 관료·연구자 출신 인사가 선임되고 있다. 이런 농림축산식품부 안에서도 청년농 육성정책 담당부서는 ‘팀’ 단위에 머물러 있다. 재정당국을 상대로 예산 확보를 위한 협상력은 둘째치고 협상 의지마저 감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 문제가 끝내 사고를 일으킨 것이 정부의 ‘전세사기급 대출사기’로 평가되는 지난해 말의 ‘청년농 육성자금 파동’이다. 음지에 잠자고 있던 정책이 일거에 조명을 받으면서 임시 수습이 이뤄졌지만, 상황은 앞으로도 거의 달라지지 않을 조짐이다. 숫자로는 연간 6000~7000명의 청년농을 지원한다고 말하지만 예산 배정은 1000여명분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청년농 육성정책의 붕괴를 뜻한다.
대다수의 청년은 자력으로 농촌에 자리잡을 재력과 기반이 없다. 정책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매년 1만명의 청년이 농업에 뜻을 둔다 한들 농촌이 채워지기는 난망하다.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정책 아래서, 청년농 육성엔 과연 내일이 있을까. 똑같은 말을 다른 표현으로 묻는다. 우리 농촌엔 과연 내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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