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사이 폭염과 가뭄 피해를 동시에 겪는 복합재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재해가 발생하면 ‘재해의 강도’가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1일 한국기상학회 학술지 ‘대기’ 최신호에 실린 ‘국내 폭염-가뭄 복합재해 발생 증가에 따른 기후 리스크 평가의 필요성’ 논문의 1979~2023년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4∼2023년) 사이 ‘폭염-가뭄 복합재해(CDHEs)’는 연평균 951.5건에 달했다.
복합재해는 여러 재해가 동시에 발생하거나 시차는 있지만 서로 영향 아래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
복합재해는 상호작용 때문에 더 큰 피해가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예가 2010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폭염-가뭄-산불 복합재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7개월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강한 폭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대기까지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사망자는 5만5000여명, 경제적 피해는 17억4000달러(약 2조3477억원)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위해 일평균 기온이 상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된 경우를 ‘폭염’으로 정의했다. ‘가뭄’은 물순환을 반영해 ‘일일 증발산 부족량 지수’가 하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된 경우로 했다.
전국을 100㎢(3025만평) 격자로 나눠 분석한 결과 1979~2023년 폭염-가뭄 복합재해 발생은 연평균 446.3건으로 집계됐다. 한 격자를 기준으로 6월 10∼15일 폭염이 발생하고 같은 달 12∼20일 가뭄이 나타났다면, 폭염이 시작된 10일부터 가뭄이 끝난 20일까지 폭염-가뭄 복합재해 1건이 있었다고 규정했다.
폭염-가뭄 복합재해 연평균 건수는 발생 시기를 최근 10년(2014∼2023년)으로 압축하면 더욱 많아졌다. 이 기간에는 연평균 951.5건의 복합재해가 나타났다. 분석 기간을 1979년부터로 상정했을 때의 연평균 건수 446.3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최근 들어 폭염과 가뭄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의미다.
폭염-가뭄 복합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1994년으로 4113건에 달했다. 1994년은 ‘20세기 최악의 더위’로 꼽힐 만큼 더위가 극심했던 해였다. 이 해에는 폭염인 날의 85.4%가 가뭄이었다. 반대로 가뭄인 날의 61.9%가 폭염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1세기 최악의 더위로 불리는 2016년과 2018년은 각각 1670건과 2194건의 복합재해가 발생했다.
복합재해에서 나타나는 재해의 강도는 폭염과 가뭄 중 하나만 나타났을 때보다 강했다. 폭염만 발생했을 때는 ‘최대 일평균 온도 평균’이 23.7℃였지만, 폭염-가뭄 복합재해일 때는 25.4℃에 달했다.
연구진은 폭염일수 증가가 폭염-가뭄 복합재해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보고,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폭염일 증가세가 가뭄일 증가세보다 뚜렷하다”며 “과거보다 빈번하고 강한 폭염이 지표면에서 (물의) 증발을 촉진해 ‘돌발가뭄’이 더 쉽게 야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폭염-가뭄 복합재해 주요 발생지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쌀 주생산지인 전남·경북”이라며 “폭염-가뭄 복합재해 리스크 평가·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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