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마당]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바란다
농업에 묵혀진 민생법안 신속 마무리
농업 국제 경쟁력 갖출 수 있게 적극 투자
다양한 대외 변수 대비 자급률 지켜야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허선진 중앙대 교수 2025. 5. 30
90년대 초반 소련의 붕괴로 동서간의 냉전이 막을 내리게 되면서 미국이 전 세계 유일한 패권국가의 지위를 얻게 됐지만, 이후 엄청난 인구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한 중국이 G2 라는 새로운 지위를 가지게 됐다. 이제는 이념으로 나누어졌던 동서간의 냉전이 아니라 서로간의 이익으로 나눠진 신냉전 시대가 다가왔고, 서방국가들의 리더를 자처했던 미국은 더 이상 그것을 원치 않는 듯하다. 가장 큰 우방이었던 캐나다와 유럽과 싸우는 미국을 보면서 이념이 아니라 이익만이 각국이 편을 나누는 국경이 되고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합종연횡하는 시기에도 우리는 정치판을 필두로 아직 이념이 이익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그것이 좋은 이념이 될 것이고, 그 이념은 몰락한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21세기가 한참 지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념이 좌·우로 나눠지면서 이념이 이익을 넘어서는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북한과 달리 자본주의를 선택한 결과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미 끝난 이념 전쟁을 다시 불러와 서로 좌·우로 나누고 있는 것은 결국 정치판이다. 문재인 정부의 극심한 갈라치기를 비판하면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념을 더 심한 대립의 도구로 만들었다. 작년 기준 대중국 수출액은 우리 전체 수출액의 19.5%이며,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22.2%로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며, 중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다.
만약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면 우리와 다른 이념을 가진 중국과의 무역을 줄여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사건건 부딪치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 전면에서는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으면서도 교역량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서로 싸우면서도 돈은 벌고 있다는 뜻으로, 이념과 이익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을 두 나라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가 다른 나라와는 이념의 결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사회주의의 형님격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모습을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남북한 간의 대립에서 우리가 압도적인 승리를 한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승자가 패자의 이념에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좌·우 이념간의 대립을 종식시키고,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그럼으로써 우리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포옹력 있는 정치를 해주길 기대한다. 수십년째 불러도 대답 없는 북한을 더 이상 기대하지 말고, 북한을 팔아서 반대표를 얻는 정치를 이제는 지양해주길 기대한다. 우리가 더 부강한 나라가 되어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가 강해진다면 우리의 이익이 상대의 이념을 이기는 것이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63개 법안 중에 39개 법안의 국회 통과가 미뤄지고 있는데, 이는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한 결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양곡법의 경우에도 농민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가의 개입이 과잉 생산분을 늘림으로써 재고량이 증가하고 결국 쌀값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반대 주장 또한 적지 않다. 낙농업계의 원유가격 연동제 또한 원유 가격 안정과 수익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유연성을 저해하고 우유 소비를 둔화시킨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므로 장점은 극대화 하고 단점은 최소화 하는 현명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법률의 개정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측이 손해를 보는 부분을 만회하는 등의 노련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모든 법안과 모든 정책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률안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장점만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단점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또한 정책의 찬성과 반대 논리가 정책의 장점과 단점 때문이 아니라 상대측 정당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하는 측면이 크다는 지적들이 많다. 톱니바퀴는 서로 반반씩 살을 깎아 내었기 때문에 맞물려 돌아가는 것인데, 내 살을 깎아내려 하지 않는다면 서로 맞물려 돌아갈 수가 없다. 우리 정치는 여당의 실정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를 잘하려 하기 보다는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정치 지형 또한 공약과 실천 보다는 동·서간의 이념이 이익을 넘어서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익을 버리고 이념에 매몰되는 악순환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분단국가에서 이익을 위해 이념마저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주는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가장 안전한 자산이 미국 달러화였고, 가장 신뢰성 있는 무역 상대국이었던 미국조차도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론분열을 막고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농업에 묵혀진 민생 법안들을 신속하게 마무리 하고, 농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 다변화 시장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 또한 필요하다. 다양한 대외 변수의 영향에서 국내 농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급율을 지키면서 재고량이 많은 농산물은 수출을 통해 공급을 조절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더 키워야 할 것이다. 미국의 계란 파동이나 일본의 쌀 파동에서 보듯이 평소 무역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농산물도 수요와 공급이 엇박자가 났을 때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념이 아니라 이익으로 나눠진 신냉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추구하는 노련한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하나된 모습이라 생각된다. 부디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통합의 정치를 실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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