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 공약에 언급했지만
과거 예산 논의 등에 이견 팽팽
차기 정부 따라 위상 바뀔수도
법적 기반·소득파악체계 확립
다층적 경영안전망 구축 필요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5. 29
올해 본사업으로 추진된 ‘농업수입안정보험’이 차기 정부에서도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소득안전망 강화 공약의 하나로 수입안정보험을 언급하면서다.
다만 법적 기반 마련과 농가소득 파악을 위한 체계 구축 등 제도의 안정적 확대를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은 28일 내놓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서 선진국형 농가소득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수입안정보험을 제시했다. 국민의힘도 최근 내놓은 공약집에서 소득·경영 안전망을 강화할 주요 수단으로 수입안정보험 품목 확대를 명시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강조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안정 정책과는 결이 다른 농산물 가격안정제 등의 도입을 주장해왔다.
민주당이 뒤늦게 내놓은 공약집에 수입안정보험이 포함되면서 정책 단절 우려는 해소됐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그동안 수입안정보험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고, 공약집에도 짤막한 내용만 담겨 대선의 향배에 따라 제도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여야 대립 속에 수입안정보험 예산 감액 논의가 있었고, 양당의 소득 관련 공약이 ‘보편 복지’와 ‘보험’으로 대립하는 모양새”라며 “차기 정부의 기조에 따라 수입안정보험이 힘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수입안정보험이 올해 ‘본사업’으로 전환됐지만,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수입안정보험은 ‘농어업재해보험법’ 제2조 6항 등의 ‘시범사업’ 조항을 근거로 시행하고 있다. 수입안정보험을 농어업정책보험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농어업재해보험법’을 ‘농어업정책보험법’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법적 기반이 미비한 상황에서 국회가 예산 편성에 호의적이지 않으면 제도 확대와 활성화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국민의힘과 정부는 ‘수입안정보험’, 민주당은 ‘가격안정제’를 주된 경영안정 수단으로 강조해왔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정책이 충돌하기보다는 다층적 경영안전망으로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보험제도와 최저가격 안정제는 서로 다른 성격의 제도로, 선진국처럼 병행해야 한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농민이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안정보험은 기준가격과 농가의 평년 수확량을 토대로 소득을 추계하지만, 현재 전수조사 외엔 수확량을 정확히 파악할 체계가 없어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서상택 충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신고를 추진하고 농가 수확량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농가가 기장을 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유인책이나 가입을 위해 기장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장에선 다층적 경영안전망이 구축돼도 농가가 실제로 이를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가 입장에서 어떤 제도가 유리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농가의 선택을 도울 지원체계가 없다면 제도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미국은 수입안정보험이 경영안정제도 중 가장 마지막에 도입됐다”며 “각 지역 주립대 교수들이 농가별로 어떤 상품이 유리한지 분석 결과를 제공해 장기간에 걸쳐 제도를 정착시켰는데, 우리도 이런 정보 제공 체계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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