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는 축산물 이동판매차량을 축협 등에 제공하면서 직거래 활성화를 하라고 독려했다.
* 냉해로 사과값이 폭등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도매시장 개혁안을 발표한다. 이런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유통정책이 남발되었다.
역대 정부는 도매시장 개혁, 유통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난발로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을 뿐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5. 29
유통구조 개선사업은 매 정권마다 주요 꼭지로 대책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지만 1980~1990년대 도매시장 건설사업과 투명한 가격 결정을 위한 경매제의 도입, 전자경매제 실시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업은 큰 성과로 이어졌지만, 이후 수립된 유통 정책은 농축산물 유통 흐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산지조직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거래 교섭력 강화하고 직거래를 활성화하려 노렸하고 있지만, 유통재벌의 독점력에 눌려 제대로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재벌의 독점력에도 불구하고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도매시장을 통한 유통이 건재하면서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 결정 체계만은 유통재벌의 독점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직거래는 유통업체에 농가가 선택받아야 거래를 할수 있고, 산지조직이 직접 유통에 참여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산지조직화를 위한 투자가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도매시장은 여전히 농가나 산지경영체 입장에서 유용한 유통경로로 이용되고 있다.
# 나쁜 유통 vs 좋은 유통
2000년대 들어 유통 학자들이 대형유통업에 부역하기 시작하면서 도매시장은 유통비용을 증가시키는 나쁜 경로, 직거래는 좋은 경로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고, 정부와 정치권은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계속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최근 농해수위에 계류중인 농안법 개정안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도매시장 육성보다는 도매법인에 규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도매시장 청과법인은 농업인(출하자)과 운명공동체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이 증가하고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수입이 감소하도록 되어 있다. 청과법인이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을 위탁받아 판매를 대행하며 받는 수수료가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이기 때문이다. 청과법인의 매출 증가에 따른 수익률 개선은 농가에게도 높은 수익이 돌아갔다는 것으로 이것이 비판을 받거나 규제를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유통업체는 최대한 싸게 매입해 비싸게 판매하려는 속성을 보이기 때문에 독점력이 강한 유통업체와 농가들이 직거래할 경우 불리한 조건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도매시장내 청과법인만은 농가와 한배를 탄 상황이기 때문에 농가가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대신 노력하게 된다.
현재 농산물도매시장은 유통재벌의 영향력 확대로 반입량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으며 지방 도매시장의 청과법인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
농가가 필요하면 언제든 출하할 수 있는 도매시장이 위축될 경우 약간의 반입물량 증감만으로도 가격이 춤출수 있어 농가와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규제보다는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육성책을 더 고민해야 하며 차기 정부는 이러한 이해 속에 유통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 돼지도매시장 쇠퇴가 주는 시사점
돼지도매시장은 농장이 규모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2010년대까지 5% 내외의 물량이 도매시장을 경유했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3%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도매시장 반입물량의 급감은 현행 돼지 기준 가격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국도매시장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주단위 평균 가격을 내어 직거래 물량의 가격을 정하고 있는데, 만약 도매시장이 가격 발견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경우 돼지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유통업체의 독점력 상승에 따라 공정한 협상을 기대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며 가격 책정을 놓고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도매시장의 가격은 직거래 농가의 정산기준, 구제역 등 살처분 보상금의 기준 가격, 재해보험료 지급을 위한 기준 등 여러 정책에 활용되고 있어 도매시장의 쇠퇴는 도매가격 산정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에 활용될 기준 가격의 부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도매시장 가격이 힘을 잃을 경우 각종 정책 가격 산정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양돈업계는 돼지도매시장을 다시 활성화를 위한 방법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며, 이러한 일이 타 품목에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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