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영동지방·강화군 일대 저수지·하천 바닥까지 드러나
농가 “지하수까지 말라 관정 파도 소용없어…농사 포기 지경”
극심한 봄 가뭄과 불볕더위가 지속되면서 경기북부와 영동지방, 강화군 일대의 농경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최북단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마을인 파주시 대성동 마을은 저수지는 물론 하천 바닥까지 말라 논 130만㎡에 모내기도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모를 낸 논도 물이 없어 타들어가고 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1년 농사를 망칠 지경이다.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 농민들은 관정을 뚫고 포크레인으로 웅덩이를 파보지만 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흙먼지만 날리는 농경지 곳곳에는 빈 호스만 거미줄처럼 널려 있고 가동을 멈춘 양수기들은 황량한 논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농민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이다.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은 “지하수까지 모두 말라 관정을 파도 소용없고 논과 개울가 주변을 포크레인으로 3~4번 팠는데도 어림도 없다”며 “마을 주민 전체가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작년에도 가뭄이 심해 저수지 물은 예전부터 고갈됐고, 그나마 하천 물을 양수해 가까스로 모내기를 했지만 지금은 아예 하천 물도 메말라 심겨진 모가 말라죽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상당수 농가들이 모내기를 못했는데 올해는 더 심각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걱정했다.
현재 대성동마을은 47개 농가가 370㏊의 땅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데 극심한 가뭄으로 모내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임진강이 말랐던 지난해도 물 부족으로 40㏊ 논에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
파주 강수량 평년 44%, 강화 교동면 저수지 2곳 저수율 0~10% 고작
심은 모도 말라죽고 바다 인접한 논은 염분 올라와 농가 “포기 지경”
지자체 관정개발, 저수지·배수로 준설 등 가뭄대책 나섰지만 ‘역부족’
임진강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유량이 풍부하지 못하면 밀물 때 바닷물이 올라오면서 염도가 높아져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한다. 민통선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공덕양수장은 높은 염도에다 갯벌 퇴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파주시 전체 논 8100㏊ 중 6000㏊가량이 임진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 논 가운데 70% 이상은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 파주시의 현재(5월26일)까지 강수량은 106㎜로 평년(242㎜)의 44%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산읍 마정리에서 10만㎡에서 논농사를 짓는 서영석(50)씨는 “이제 모를 50% 냈는데 지하수도 고갈되고 짠물이 올라와 모를 내기 힘들다”며 “심겨진 모도 말라 죽어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라고 답답해했다.
인천 강화군 일대도 초비상이다. 강화군의 강수량은 고작 82㎜로 2013년 1275㎜, 2014년 605.3㎜와 비교하면 최악이다. 가뭄으로 인해 평소 85% 이상이던 저수지 31곳의 저수율은 현재 50% 불과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강화군 교동면 저수지 2곳의 저수율은 고작 0~10%다.
현재 바닷가와 인접한 매립지 논바닥은 염분이 올라와 하얗게 변해 있으며, 농민들은 수일 내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논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이다.
농가 김정호(53·교동면)씨는 “6월 초까지 150㎜ 이상 집중 호우가 내리지 않으면 저수를 다 끌어다 쓴다 해도 일부 지역에선 정상적인 모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원도도 일부 지역에서 밭작물이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4월 20일부터 5월 28일까지 동해시 강수량은 1.9㎜로 전년대비 0.85% 수준에 그치는 등 동해안과 백두대간 지역의 가뭄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선군 여량면에서 고랭지 배추를 생산하는 박모(56)씨는 “3월에 찔끔 내린 봄비를 제외하면 올봄에 비다운 비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며 “4월부터 배추를 심기 시작했지만 비탈진 밭에 물을 퍼 나르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해당 지자체들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관정개발과 저수지·배수로 준설 등 가뭄대책수립에 나서고 있지만 극심한 가뭄 앞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기도와 파주시,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관정 개발·하천준설, 저수지 담수 등의 한해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강화군도 약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 관정개발 170공, 저수지 및 배수로 준설 28개소, 양수장 설치 3개소, 관정유지비 지원 382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가뭄대책사업비 15억원(국비 12억원, 군비 3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강화 북부지역에 관정개발 23공과 제수문 3곳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정선군도 6월 5일 예정된 정선군민의 날 행사를 봄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고 고랭지채소 생산농가와 밭작물 생산농가들을 중심으로 농업재해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해시도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이 말라 죽는 피해가 잇따르자 가뭄피해 예방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정환 정선군수는 지난달 28일 개최한 긴급 가뭄대책회의에서 “아직은 큰 피해는 없지만 이 같은 가뭄이 10일 이상 지속되면 피해는 커질 것으로 예상돼 군 차원에서 미리 대책을 준비해 농업인들의 피해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주·강화=이장희 기자, 정선·동해=백종운 기자 |
[메트로신문] 봄 가뭄 극심 배추 등 파동우려..엘니뇨 영향 국제곡물가도 비상 
[한국농어민신문] 기후변화 대응 농어업정책 마련 서둘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