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나오는 기사가 또 등장했다. 바로 ‘배추 값 폭등’ 얘기다. 최근 언론들은 5월 들어 배추 가격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144%나 상승했다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보도했다. 이런 식의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성상 가격 변동폭이 큰 배추의 경우 이런 보도의 좋은 소재가 되곤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가격 폭락으로 냉가슴을 앓았던 배추농가는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마음 속에 더 큰 멍이 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의 이런 호들갑에 정부도 동조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배추 수급안정 대책을 내놨다. 5월 중·하순에 비축물량을 집중 방출하고, 계약재배 물량의 조기출하 및 할인판매 등을 실시해 배추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농식품부 스스로 노지 봄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5월 하순 이후부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 해놓고, 그래도 불안했는지 아니면 언론의 지적에 가만 있을 수 없었는지 가격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배추가 주기적으로 기사화되고 정부 대책의 중심에 설 정도로 국민들의 생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배추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1.7(2012년)이다. 국민들이 1000원을 사용할 때 배추를 사는 데 1.7원을 쓴다는 얘기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이 이 정도 수준이다. 스마트폰 이용료(33.9), 휘발유(31.2) 등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일반가정에서 김장철 이외에 배추를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밥 자체를 집에서 잘 해먹지 않는데 배추 소비는 말할 것도 없다. 배추 겉절이를 자주 해먹는 가정이나 배추를 많이 쓰는 식당 등도 사실 큰 부담은 없다. 지난해보다 144% 올랐다는 배추 가격이 한포기당 2257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담배 한갑, 커피 한잔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격이 낮았던 지난해 이맘때에는 한포기가 925원이었다.
그런데도 배추가 물가를 상승시키고 생활경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인 양 몰아가는 보도는 ‘기사를 위한 기사’란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언론은 ‘독자를 위한 기사’를 쓰기 위해 고심해야 하고, 정부도 농산물의 특성에 대한 언론의 이해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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