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농림수산상은 최근 취임한 이후 비축미의 무제한 방출과 시세의 절반 가격 판매를 약속했다. 사진은 고이즈미 농림상이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30만t 입찰 대신 수의계약
유통단계 줄여 시판가격 인하
소매업자에 종전 절반값 판매
현지서 쌀값 하락 기대감 솔솔
“시장 원리 무시 정책” 지적도
농민신문 정성환 기자 2025. 5. 26
일본 정부가 비축미 30만t을 기존 경쟁입찰 방식에서 수의계약 형태로 푼다. 수의계약은 복잡한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아도 돼 소비지 가격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쌀값 고공행진으로 농림수산상(장관)이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는 일본 정부가 쌀값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지에선 쌀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퍼지는 모양새다.
26일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비축미 30만t 방출을 골자로 하는 ‘상세(세부 지침)’를 내놨다. 달라진 것은 방출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입찰을 시행해 최고가를 제시한 업자에게 비축미를 판매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의계약을 통해 대형 소매업자 등에게 직거래로 공급한다. 유통단계가 줄어 시판가격이 인하되는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매업자를 대상으로 한 비축미 판매가격은 60㎏당 1만700엔(10만2395원)으로 결정됐다. 종전 비축미 3회 입찰 평균 낙찰가 2만302엔(19만4229원)의 절반 수준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해당 비축미를 6월초 소매점에서 5㎏ 기준 세금을 포함해 2160엔(2만668원)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농림수산상은 세부 지침을 발표하면서 “쌀값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에토 다쿠 전임 일본 농림상이 “(선물받은 쌀이 너무 많아) 쌀을 사본 적이 없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사실상 경질된 21일 취임했다.
농림수산성이 19일 내놓은 전국 소매점 쌀 가격 조사에 따르면 5∼11일 5㎏들이 쌀값은 4268엔(4만913원)이었다. 총무성 조사 결과 4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지만 쌀값은 98.4% 상승했다.
일본 정부와 수의계약을 맺는 대상은 쌀을 1만t 이상 취급하는 소매업자다. 일본 정부는 운송료를 지원하고 도정 비용은 소매업체가 부담한다. 풀리는 쌀은 2022년산 20만t과 2021년산 10만t이다. 올해산 햅쌀이 나오는 8월 이전까지 매일 선착순으로 신청받는다. 25일 ‘일본농업신문’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대기업인 ‘라쿠텐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현지에선 쌀값이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교도통신’이 24∼25일 진행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9.8%가 고이즈미 농림상 취임으로 쌀값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35.1%였다. 앞서 ‘교도통신’이 17∼18일 수행한 여론조사에선 정부의 쌀값 대책이 ‘미흡하다’는 응답이 87.1%에 달했었다.
비축미 방출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일본 정부에 남은 비축미는 60만t으로, 수의계약으로 30만t을 팔면 남는 것은 30만t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행위는 심한 가격 변동 등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농업신문’은 25일 “올해산 주식용 쌀 예상 생산량이 4월말 기준 전년보다 40만t이 많아 오히려 수확기 쌀값 폭락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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