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출 신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장이 12일 “서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자신의 집무실에서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존 경매제만으로는 대형 유통업체 등 일정한 물량을 안정된 가격으로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지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유통주체간 경쟁을 촉진하고 농가의 출하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도 거래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의 이런 발언은 상당수 출하농민들의 의견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농가 반발 등 진통이 예상된다. 출하농민들은 시장도매인제가 대금결제 과정이 안전하지 않고 거래정보가 불투명해 과거 위탁상의 폐해를 답습할 수 있다며 가락시장 내 도입을 반대해 왔다.
아울러 박 사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가락시장 내 식품종합상가(다농마트)의 도매권역 잔류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소매용 식자재매장인 식품종합상가의 식자재 부문을 현재 직판장 부지인 도매권역에 두는 쪽으로 지난해 연말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면서 당초 직판장 부지에 새 점포를 배정받을 예정이던 배추·무 등 특수품목 중도매인들의 반발을 샀다. 박 사장은 “식품종합상가를 소매권역으로 이전토록 해 도·소매 기능 분리라는 시설현대화사업의 당초 원칙을 지켜 나가는 동시에 청과 직판동의 판매동 이전 역시 해당 유통인들을 설득함으로써 조속히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하역노조와 중도매인 배송비 갈등이 중도매인들의 과일 직접배송이란 단체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에 대해선 “경매 후 중도매인 점포까지 배송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통주체 간 역할이 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포도·복숭아·매실 등이 집중 출하되는 6월 이후엔 물류 혼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도매시장법인 등과 긴밀히 협의해 출하농민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도매시장법인 등 시장 내 여러 유통주체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현장 속에 해답이 있다’는 자세로 유통인과의 소통과 공감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하는 등 유통인들의 의견을 청취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서울시의 동부팜청과㈜ 지배구조 변경승인 불승인 방침에 대해선 “투기자본의 도매시장 진입은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과 방향이 변질될 우려가 큰 만큼 서울시 방침에 찬성한다”면서도 “서울시와 해당 업체 간 법적 다툼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개설 추진 중인 사이버 도매시장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몸집 불리기란 의혹을 받는다는 물음에 대해선 “가락시장만큼 온라인 쇼핑환경이 갖춰진 곳이 없지 않느냐. 임직원 일자리 보전이란 시각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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