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인구감소·지역쇠퇴 못 막아
농촌 폐기물매립 막을 길 ‘주민자치’
읍·면 자치권 확보 공동행동 제안
농업인신문 백종수 기자 2025. 5. 23
인구감소, 지역쇠퇴 등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군 통합보다는 읍·면 자치권을 보장하고 읍·면 교부세 등 행정·재정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읍·면 자치권 보장을 위한 풀뿌리 공동행동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제안서를 통해 농촌 읍·면 자치권 강화를 위한 3대 정책과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읍·면 자치권 보장 공동행동은 제안서에서“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수도권 일극 집중’구조에서 가장 어려운 곳은 농촌이고 면”이라며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농촌의 생활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교와 병원이 없어지고, 대중교통이 축소되고, 가게와 식당이 문을 닫는 상황임에도 서울에 전기를 공급해주고, 온갖 산업폐기물을 받아들여야 하는 ‘식민지’ 가 되고 있다며 “농촌의 삶이 황폐해지는데도 읍·면은 자치권이 없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라고 했다.
공동행동은 지역 위기의 최전선인 읍·면에 자립적 진지 만들기를 목표로 읍·면과 주민의 자치권 보장, 주민주권 관철을 위한 읍·면 거버넌스(협치) 혁신, 농촌위기 극복을 위한 읍·면 행·재정 인프라 획기적 확충 정책을 제안했다.
자치권 보장의 경우 △헌법에 ‘주민주권’ 규정 △읍·면에 예산권, 계획권, 재산보유관리권 등 자치권 부여 △읍·면 단위 주민총회, 주민 발안, 주민투표 제도화가, 협치 혁신은 △읍·면 단위 주민의회, 주민자치회 등 주민대표기구 법제화 △읍·면장 주민대표기구 추천제 제도화 △행정리 마을자치회 제도를 주민 스스로 정비토록 장려 과제가 제시됐다.
읍·면 인프라 획기적 확충 과제로는 △농촌 인구위기 대응 재원으로 읍·면 교부세 신설 △현행 고향사랑기부금에 읍·면 지정 기부제도 도입 △면 단위 공공임대·사회주택 5만 호 공급 △읍·면 교육사무 신설과 준 교육자치 도입이 제안됐다.
내국세의 19.24%로 규정된 지방교부세 재원을 1% 증액해 읍·면 교부금으로 배분해 읍·면 재생자금으로 쓰는 구체적 방안도 첨부됐다. 올해 내국세 예산 338조 원의 1%인 3조3000억 원을 1404개 읍·면에 나누면 평균 23억5000만 원이 교부 가능하다.
그간 농촌 마을을 지키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산발적이나마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다. 주민자치회, 마을 교육공동체, 사회적 경제, 마을 가꾸기 등 주민참여 활동은 물론 정책적으로도 읍·면장 주민추천제, 주민참여 예산제, 소재지 ‘거점 공간’ 정비 등이 시행됐다.
공동행동은 이런 시도가 번번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읍·면에 자치권이 없고, 읍·면이 시·군의 하부행정조직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율로 결정할 예산도 없고, 독자적 계획을 수립할 권한도 없다”라며“현재로서는 농촌 지역사회가 자기 읍·면의 의료, 교육, 돌봄, 주거, 문화, 환경 등과 관련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라고 했다.
읍·면 단위의 ‘작은 자치’ 는 세계 보편적 제도다. 일본은 우리나라 읍·면에 해당하는 정·촌이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돼 있고, 독일·프랑스·스위스·미국 등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지자체는 아니나‘패리시(parish)’라는 작은 규모에서 준 자치를 하고 있다.
일본 시마네대학 호보 타케히코 명예교수는 “일본에서는 20004년 4월에 시행된 ‘지방분권추진 일괄법’ 에 따라 국가와 지방공공단체는 법률상 상하·주종 관계에서 대등·협력 관계가 됐다” 라며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가 주민 의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 아닌가’ 라고 했다.
한편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행안부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민간 자문위원회가 올해 1월 발표한‘지방행정 체제개편 권고안’에서 시·군·구 통합과 읍·면·동 효율화를 내놓은 것에 대해 농촌 공동화를 더욱 가속할 개악 방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농본은 “도농통합 개편으로 도농격차가 심화하고, 농촌 황폐화를 초래한 전례가 있는데 다시 통합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라며 되레 읍·면에 더 많은 권한과 기능을 부여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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