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도입을 공약한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대선에서 고향기부제가 다시 호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기부자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협의회)’와 ‘읍·면 자치권 확보를 위한 풀뿌리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은 비수도권과 농촌 소멸에 대응할 해법으로 대선후보들에게 고향기부제 개선을 요구했다.
지방소멸 기로에서 고향기부제가 주목받는 건 2023년 제도 도입 후 부족하나마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자율적 재정 확충 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지자체가 과세권을 갖는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이 3대 7 수준에 그치고 그나마 지자체가 걷을 수 있는 세목을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아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고향기부제는 지자체가 자유롭게 걷어 쓸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할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했다. 실제 광주광역시 동구는 지난해 자체 수입의 4.2% 수준인 24억원을 모금해 발달장애인 야구단 지원 등 전에는 하지 못한 사업에 썼다.
기부자 입장에서도 자율성을 체감할 수 있다.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는 “일본 고향납세는 납세자가 세금을 낼 지역을 선택하는 구조로, 납세 자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우리는 기부 형태지만 자신이 원하는 지역과 사용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유사한 재정민주주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받는 게 최근 영남권 산불 피해지역에 고향기부금이 집중된 일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1분기 8개 피해지역에 50억원이 모였는데, 이는 1분기 전체 모금액의 27%에 해당한다. 권 교수는 “지자체의 자율적 재원 확충, 재정민주주의 제고 효과를 동시에 입증하는 사례”라고 했다.
향후 제도를 더 활성화하려면 이같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협의회는 “지역 주도의 지방소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전액 세액공제가 되는 기부금 한도 확대(연 10만원→50만원)와 함께 기금사업의 유형을 다양화할 것을 건의했다. 현재는 기부금을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과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주민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밖의 주민 복리 증진에만 쓸 수 있는데 여기에 ‘지역 발전’ 등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협의회는 법인의 기부를 허용할 것도 제안했다.
공동행동은 ‘읍·면 지정기부제 도입’을 건의했다. 공동행동은 “일본은 우리 읍·면에 해당하는 정(町)·촌(村) 단위에서 (연간) 몇백억원의 모금을 기록 중”이라면서 “우리도 고향 개념이 강한 읍·면에 기부할 수 있게 하면 모금액이 늘어나고, 읍·면 주민대표기구가 심의를 통해 기부금 쓸 곳을 정하게 할 경우 읍·면 자치권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다양한 기금사업을 발굴·추진하기 어려운 지자체의 여건을 고려해 민관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플랫폼간 건전한 경쟁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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