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광역시도·시군구 단위
먹거리계획 수립 의무화
먹거리지원센터 확대 제안
농식품 바우처 연계
고향 지정기부금 활용한
이동장터 활성화 논의도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5. 5. 21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먹거리 정책’이 농촌의 주요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식료품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농촌지역에 ‘식품사막’ 문제가 심화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먹거리 체계 구축방안을 놓고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간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농촌지역의 식료품점 접근 시간은 도시보다 3배 이상 길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농촌사회학회가 펴낸 학술지 ‘농촌사회’ 제34집에 따르면 농촌 군 지역주민은 식료품점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14.4분, 3.6㎞를 이동하는 반면, 도시민은 3.9분, 971m에 불과했다.
이에 전남 해남군은 올 4월 전국 최초로 ‘해남군 농촌 식품사막화 해소를 위한 공공형 생활편의서비스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공공형 생활편의서비스 관련 조사·연구, 재원 확보방안 등 6가지 항목을 담은 지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관련 기관·단체·법인에 플랫폼 구축, 장비 지원 등을 포함한 5가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주민이나 단체가 공동체를 구성해 생활편의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농어업농어촌먹거리대전환연대회의는 대선을 앞두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을 주요 의제로 제안했다. ‘국가·지역 먹거리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가, 광역시도, 시·군·구 단위에서 ‘먹거리계획’을 마련하고, 생산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손영준 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현재는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먹거리계획 수립 여부가 달라지는 등 변동성이 크다”며 “법을 제정해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행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지역주민의 먹거리 보장을 위해 지자체가 지역먹거리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지역먹거리계획을 수립한 지자체는 전체의 47.3%(115곳)에 그쳤다.
손 위원장은 “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설치되면 시·군 단위에서도 지역 여건에 맞는 공공급식 등을 총괄 운영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군산의 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센터는 지역 내 56곳의 친환경농가와 협력해 친환경식재료 60% 이상을 자급하고, 이를 학교·복지시설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만 먹거리통합지원센터 확대를 두고 우려도 제기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식품 공급은 계약재배 등 수급조절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시·군 단위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보다는 중앙정부가 총괄하는 체계가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와 ‘농식품 바우처사업’을 연계해 식품사막 문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식품 바우처를 이동장터에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활동하는 ‘여민동락공동체’가 2010년 시작한 이동장터를 모델로 삼았다. 농식품부는 특장차량과 기자재를 지원하고, 지자체가 민간과 협력해 인력 확보와 운영방안을 조율한다. 농식품부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를 올해 강원 양양군 현북면 등 9개 지구에서 2029년까지 30개 지구로 확대할 방침이다.
바우처 제도의 활용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사회’ 제34집에서 “농식품 바우처를 사용할 때 온라인 구매를 허용하거나 배달비를 추가로 지원해주는 특례 조치 도입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정기부 제도를 활용해 이동장터를 확대하자는 제안도 있다. 구준회 전북 순창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은 “상설 매장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정기부를 활용해 이동식 점방을 도입하는 방안을 행정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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