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재배면적 줄어 시세 오를 것” 비축물량 방출 계획
산지는 “이달부터 시설물량 본격 출하…상승요인 없어” 반대
5월 배추시장을 놓고 정부와 산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배면적 감소로 봄배추 물량이 부족해 시세가 뛸 것으로 판단, 비축물량을 풀 방침인 반면 산지에선 이와 반대로 5월에 물량이 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5월 배추 시세가 당초 일부의 예측과는 달리 높게 형성되지 못할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5월 물량 몰릴 것이라는 산지=산지와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년이면 끝났을 봄배추 시설 물량이 아직 출하도 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예산과 전남 나주(남평) 등지에서 재배되는 시설 봄배추의 경우 매년 2월초 파종이 이뤄지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2월 중순 이후로 파종이 늦춰졌다. 당시 겨울배추 시세가 좋지 않아 저장으로 돌리는 물량이 많았고 이 저장물량과 최대한 출하시기를 피하기 위해 봄배추 작기시기를 늦춘 것이다. 여기에 저온현상 등 생육기 궂은 날씨도 시설 봄배추 출하시기를 늦게 했다.
이에 4월 말이면 작업이 종료됐어야 할 시설 봄배추가 올해에는 이달 5일에서 10일경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지에서는 시설 봄배추 재배면적이 줄어 수요가 부족하다는 농식품부의 전망은 5월이 아닌 4월의 이야기로 보고 있다.
충청권을 주로 활동하는 임재형 산지유통인은 “예년이면 4월 25일경 시설 봄배추 작업이 끝나는데 올해는 아직(4월 30일) 시작도 하지 못했다”며 “재배면적이 줄어 시세가 뛰었으면 4월말에 그랬어야 했는데 4월말에도 오르지 못한 시세가 5월에 오를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5월에 없었을 시설 봄배추 물량이 올해 5월에는 본격 출하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도매시장에서도 5월 봄배추 시세가 그리 높게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날씨가 더워지고 열무·얼갈이 등 대체작물이나 경쟁품목의 출하도 본격적으로 이뤄져 배추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락시장의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차장은 “4월말까지 시설 봄배추 물량을 출하하지 못한 걸 본적이 없었는데 올해에는 정식이 늦었고 생육기 저온현상 등으로 배추 생육이 길어져 출하가 늦어지고 있다”며 “5월에는 날씨가 덥고 열무나 얼갈이 등도 본격적으로 출하돼 배추 시세가 크게 상승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비축물량 방출 더 신중해야=반면 농식품부는 이와는 반대 의견을 내며 비축해놓은 물량을 5월 한 달간 방출할 계획이다. 봄배추 재배면적이 감소해 수요가 부족한 반면 시세는 높을 것으로 판단한 농식품부가 비축한 월동배추 2000톤을 이달 한 달 동안 시장에 풀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담당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봄배추 재배면적이 줄었고, 이 영향으로 (5월 배추)물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난 2월 저장한 비축 물량 2000톤을 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며 “저장기한 한도도 있기에 5월 안에는 비축물량을 다 소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농식품부의 방침에 대해 산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4월에 나와야할 시설 봄배추 물량이 5월로 출하시기가 늦어졌고, 여기에 5월 중순까지는 겨울 저장물량이 나오는데다 시설물량 이후의 터널물량은 재배면적도 늘어나 정부의 비축물량 방출은 배추 시장을 위축되게만 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또 일부에선 정부의 비축물량이 품위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배추 인식을 좋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비축물량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충남 예산의 한 배추 농가는 “비축물량은 소비지 수요가 부족한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산지 상황도 감안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정부의 비축물량의 품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들리는데 이 비축물량으로 배추 인식마저 나빠지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당초 수급불안정으로 잘못 예측해 비축한 물량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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