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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지난 5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후변화와 농업기술’을 의제로 ‘2025 농업과학 리더스포럼’을 진행했다
농업과학 리더스포럼
새로운 기술 R&D 성과 내려면
규모화 된 실증 사업 진행 필요
정밀농업·데이터 서비스 중요
스마트 농기계 토대도 만들어야
기후변화 대응 기술·품종 접근
‘기상재해 조기경보’ 등 활용을
식물 생리반응·성분 등 분석
‘영상식물학’ 중요성도 강조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김영민 기자 2025. 5. 20
기후변화에 대응한 미래농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마련됐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지난 5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5 농업과학 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올해 처음 열린 행사로, 농진청 정책 방향인 ‘개방·협력형 연구개발과 기술 확산 혁신’을 지원하는 공론의 공간으로 열렸다. 올해 농업과학 리더스포럼의 아젠더는 ‘기후변화와 농업기술’. 이날 행사는 ‘토크콘서트’(1부)와 ‘기술 동향 및 사례 발표’(2부)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 토크콘서트
토크콘서트는 ‘쌀, 배추, 사과’로 시작했다. 지난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작목이 쌀과 배추, 사과라는 이유에서다. 쌀은 지난해 9월까지 고온이 지속되면서 벼멸구 피해가 급증했다. 사과는 3월 평년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탓에 꽃이 먼저 피었다가 4월 초 꽃샘추위로 꽃눈이 고사했다. 배추, 특히 고랭지 배추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생육이 부진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4년 한국의 대표 작목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는데, 특히 쌀과 사과, 배추가 그랬다”며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의 발언에 대해 남재작 한국정밀연구소장은 “이들 세 품목은 수입도 어렵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으면 생산에 변동이 생기고, 이는 물가 불안으로 이어진다”며 “기후는 점점 나빠질테고, 앞으로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남 소장은 “AI와 같은 기술 혁신에 새로운 투자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있지만, 이런 R&D들이 연구실에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를 성과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50~100ha의 규모화된 곳에서 실증 사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준기 대동에이아이랩 대표이사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최 대표이사는 “미래엔 정밀농업과 같은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어 대동에서도 첨단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정밀농업을 위해 최근 새만금 내 360ha가 넘는 지역에서 영농법인과 함께 실증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이사는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기계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외부에 있다가 농업계에 들어와서 보니 AI와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며 “속도의 차이가 있는데, 정부가 2000년대에 초고속 인터넷을 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정부가 5년 단위로 유사한 정책을 계속 만든 결과 지금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처럼 농기계 산업에 대해서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준기 대표이사는 KT에서 AI 사업을 주도했던 AI 전문가로, 지난해 대동이 AI 범용 로봇 SW R&D 기업인 대동에이아이랩을 설립하면서 대표이사로 영입됐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기술과 품종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때 기술은 농진청이 개발한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으로, 농가의 재배환경에 맞춘 작목별 기상위험 알림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위험 예측·회피·경감 기술을 적시에 제공,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에 기여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또, 품종의 경우 성 원장은 “경기도 지형은 달걀같은 타원형으로 맨 밑의 평택은 위도가 37도이고, 맨 위인 연천은 38도인데, 평택에서 연천까지는 직선거리로 128km”라며 “100km가 넘으면 기후대가 달라지기 때문에 평택의 벼 품종과 연천의 벼 품종도 달라야 하고, 이렇게 농진청에선 기후적응형 품종을 따로 개발해서 보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소장은 해외 시장 정보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남 소장은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 규모가 6조원 가량으로, 외국 글로벌 회사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회사, 예를 들어 클라스(CLAAS) 1개 기업 매출액도 안된다”이라며 “우리나라 농기계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해외 시장을 분석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기후변화 대응 기술은?
이날 분과별 기술연구 동향 및 사례 발표에서 김도순 서울대학교 교수는 기후변화 적응과 재해대응을 위해 영상식물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상식물학이란 영상을 통해 획득한 식물의 생리반응, 질적·양적 형질, 성분 등의 자료를 분석해 영농에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양상은 사전 예측이 어렵고, 국지성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어 영상식물학을 활용해 현장의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즉각적인 이상기후에 대한 작물반응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욱이 작물의 작황 예측을 위한 생육조사는 막대한 예산과 노력이 투입되고 조사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는데, 영상에 기반할 경우 작황예측의 오차를 개선하면서 편의성이 증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대학을 중심으로 영상기반 노지 스마트팜 기술이나 드론영상을 활용한 작물의 생육진단 기술이 개발돼 현장 실증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도순 서울대 교수는 “영상식물학을 통해 드론이나 위성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돼 그동안 영농과정에서 인간이 해왔던 일들을 보다 효과적이며 정밀하게 수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김 교수는 “영상식물학 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고 활용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현장에서 얼마나 적용될지가 향후 과제다”며 “연구자나 학생들에게도 농민들이 기술을 받아들여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부를 고민해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가) 시장지향성으로 가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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