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일부만 상장경매, 나머지는 중도매인 통해 분산
산지 출하자 동의 없이 거래방법 임의 처리 등 논란
농협공판장이 정가·수의매매 목표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진상규명이 요구된다. 특히 중도매인의 요구를 이유로 거래방법을 임의로 처리하는 등 정가·수의매매 실적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주도로 농협공판장의 정가·수의매매 활성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공판장별로 목표치가 설정됐고, 경매사들이 부여받은 실적 달성을 위해 위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의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협가락공판장에서 변칙적인 정가·수의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산물 반입 건별로 일부 물량만 상장경매를 진행하고, 나머지 물량은 정가·수의매매로 기록해 중도매인들을 통해 분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농안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선취거래와 유사한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출하자와 중도매인 쌍방의 요구에 의한 정가·수의매매의 경우 사전 매취거래가 허용됐다. 그러나 농협가락공판장에서 특정 중도매인의 요구에 따라 정가·수의매매로 출하되지도 않은 농산물을 매취거래와 동일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안성물류센터에 반입된 물량이 농협가락공판장으로 송품장이 들어와 정산되기도 한다는 의혹도 떠돌고 있다.
이처럼 농협가락공판장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가·수의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데는 농식품부와 농협이 무리하게 정가·수의매매 확대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농협은 올해 정가·수의매매 6700억원을 목표하고 있으며, 거래액 기준으로 비중은 17.8%이다. 또한 농협가락공판장은 올해 총 거래액 4600억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정가·수의매매 거래액은 15.9%인 730억원을 잡고 있다.
농협가락공판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정가·수의매매 실적이 264억원에 달해 현재 시점에서 점유율은 17%를 넘어서고 있다”며 “지방의 다른 농협공판장으로 전송 거래한 물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락시장 한 종사자는 “농협공판장의 정가·수의매매 방법에 대해 시장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며 “일부는 경매를 하고 그 가격을 기준으로 나머지 물량을 정가·수의매매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유통 학계 전문가는 “정가·수의매매는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도매시장이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제를 완화하고, 사전 계획에 의해 농산물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그런데 농식품부가 정가·수의매매 20%를 목표로 하고 있고, 농협에서도 이에 부응하면서 유통현장에서 당초 취지가 아닌 목표달성을 위한 거래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가·수의매매 현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우수사례를 전파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선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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