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로 최근 농업계에선 아열대 작물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농가는 7338곳으로 전년(1250곳) 대비 6배 가까이 늘었다. 면적으로 보면 2022년 222㏊(67만1550평)에서 이듬해 4125㏊(1247만8125평)로 18배 이상 급증했다. 기후변화가 지속됨에 따라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농민신문’은 일찌감치 아열대 작물 재배에 뛰어들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차별화를 통한 고수익 창출 등 밝은 전망은 물론 재배기술의 한계, 높은 투자비용, 정책 지원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짚는다.
“제주 올리브를 알리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2022년부터 0.5㏊(1500평) 규모로 올리브농사를 짓고 있는 이정석 제주올리브스탠다드 대표(41)의 포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21년 ‘1년 살이’로 제주 땅을 밟은 이 대표는 고심 끝에 이곳에 정착해 농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양한 작물 가운데 올리브를 택한 이유는 제주 기후 특성상 노지재배가 가능해 시설하우스나 가온 설비 같은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감귤산업에 뛰어드는 것보다 아열대 작물이 유망해보였다”며 “올리브나무는 영하 10℃ 이하에서 장시간 노출되면 저온피해가 발생하는데 제주지역은 그런 한파가 최근 십수년간 발생하지 않았고, 기후변화 추세상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만이 갖는 지리적 장점이다.
관련 시장이 넓게 형성돼 있고 인건비 등 재배에 드는 비용이 다른 작물에 비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대표는 “올리브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 판로 개척이 용이하다”며 “더구나 기계 수확이 가능해 인건비가 덜 들고, 완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하기 때문에 방제비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도내에는 지난해말 기준 19농가가 10.9㏊(3만3000평)에서 올리브를 재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2년 이들을 규합해 제주올리브연구회를 출범했고, 지난해 회원농가를 중심으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가공·판매·홍보의 기틀을 잡았다. 그는 “제주에서 올리브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도민도 잘 모른다”며 “농가 조직화로 체계를 다지고, 제주 올리브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리브 재배면적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올해말이 되면 도내 재배 규모가 16.5㏊(5만평)를 넘어설 것”이라며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국내 올리브산업이 정착하고 성장하기 위해선 가공시설 투자가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그는 “올리브는 대부분 기름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가공시설과 착유기술이 성패를 가른다”며 “앞으로 늘어나는 생산량을 감당할 만한 시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산 올리브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인데, 이를 위해 기름의 품질을 높이고 차별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농민신문] “식품산업, 새 경제성장동력…수출산업화 뒷받침” 
[농민신문] 갈라지고 뒤틀리고 흠집나고…저온피해 과수농가 ‘한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