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배농가 한규창씨가 과원을 둘러보며 탄식하고 있다. 수령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적어도 가지당 7개는 달렸어야 할 열매가 1~2개뿐이다.
* 충남 천안 배 농장에서 기형과를 반으로 갈라보니 5개여야 할 씨방이 4개뿐이다. 저온피해로 암술이 타버려 나타난 현상이다(왼쪽). 강원 정선 사과농장의 꽃자루. 정상적이라면 모양이 대칭을 이루고 중심화 크기가 가장 커야 하지만 비틀리고 작다(가운데). 이상 저온현상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충북 괴산 한 농가의 복숭아 열매(아래).
4월 눈 동반 지속된 저온현상에
수정률 낮고 상품성도 떨어져
내년 위해선 불량과도 관리해야
기형과 착과수 포함 보상금 적어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현실화를”
농민신문 천안·아산=김민지, 괴산=황송민, 진주=박하늘, 정선=이연경 기자 2025. 5. 20
과수 꽃·열매 솎아내기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4월 중순 내린 눈과 이후 지속된 저온현상으로 인한 저온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내년 농사를 위해서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예정된 농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농가들은 한숨만 깊어진다.
◆ 충남 배, 강원 사과 착과 불량=“열매솎기(적과)를 하지도 않았는데 솎아낸 것 같네요.”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에서 16.5㏊(5만평) 규모로 배를 재배하는 한규창씨(42) 과수원. 열매솎기 전인데 한 가지에 적어도 7개는 달렸어야 할 열매가 1∼2개밖에 없었다. 4월 중순 눈을 동반한 기온 저하로 저온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한씨뿐이 아니다. 배 주산지인 천안·아산 지역 농가 중 상당수가 착과율이 평년보다 50% 이상 떨어지고 기형과 발생도 많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흠집 난 것처럼 갈라지거나 끝부분이 툭 튀어나오고 꼭지가 거뭇한 열매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강원 정선에서는 4월29일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이상 저온으로 사과에 피해가 발생했다. 수정률이 낮을 뿐 아니라 착과도 불량해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임계면에서 0.83㏊(2500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오세호씨(58)는 “지금 나무에 달린 것들은 기형과 등 솎아내야 할 게 대부분”이라며 “이러면 아무리 나무를 관리해도 상품성 있는 열매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농협들에 따르면 군 내 피해면적은 170㏊(52만4000평)로 재배면적의 70%가 넘는다.
◆ 충북 복숭아, 경남 단감도 피해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2㏊(6000평) 규모의 복숭아농사를 짓는 권순기씨(68)는 “한 나무에 열매가 300∼400개는 열려야 하는데 고작 100여개 달렸다”고 하소연했다. 겨우 달린 열매조차 모양이 뒤틀리고 끝이 휘어져 있다.
권씨는 “평년 같으면 하루 종일 열매솎기 작업에 매달려야 할 때인데 올해는 아예 작업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단감농가 김영구씨(63)의 4.6㏊(1만4000평) 농장에서는 정상적으로 꽃눈이 자라난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쩌다 꽃눈이 한두개 발견됐지만 이는 ‘끝감’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상품 가치가 없는 기형과로 자란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4월초 사흘간 영하 4℃로 기온이 급락한 적이 있는데 당시 육안으로는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가지마다 대여섯개 이상 나와야 하는 꽃눈이 지금까지도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때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문산농협은 문산읍 단감 재배면적 425㏊(128만6000평) 중 30∼40%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한다.
◆ “내년 농사, 재해보험 때문에”…농가 이중고
농가는 기형과라도 일정량은 남겨야 하고, 봉지 씌우기 등 관리도 똑같이 해야 한다. 열매가 너무 적으면 균형이 무너져 다음해 농사까지 나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권씨는 “결국 상품성 없는 열매에 인건비와 자재비 등 비용과 노력을 똑같이 투입하게 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농작물재해보험 피해 산정 방식도 농가의 발목을 잡는다. 기형과 등 상품성 없는 과실도 착과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착과수 조사에서 불량 과실이 포함되면 그만큼 보상금이 적어진다.
조규석 진주문산농협 조합장은 “농작물재해보험이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피해 산정 방식과 보상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말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전남 나주, 경북 상주 등에서 발생했던 배 저온피해가 작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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