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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량 줄이고 준칙주의 농정으로 시장 예측력 높여야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2025. 5. 16
새로운 정부의 농정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야 한다.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은 준칙에 따라 농정 주요 사무가 결정되고 대신 농식품부는 집행에 행정력을 집중토록 하는 일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농업인의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리하는 것이다.
# 준칙주의 농정과 재량주의 농정
시장격리제도는 쌀변동직불제 폐지 이후 쌀 가격안정을 위한 대안으로 양곡법에 담았으나, 농식품부에 너무 큰 재량(발동 유무, 매입량 등)이 주어지면서 발동이 안되는 일이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법 개정을 통해 어떤 조건에 도달(가격, 생산량 등)하면 쌀을 시장격리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제안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의무매입법이라며 막대한 재정을 낭비하고 농가들의 쌀생산 조정 유인이 사라지게 하는 악법으로 몰아 부치며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한 쌀 가격 안정제도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준칙에 의거한 수급조절이라 하겠고, 현정부의 쌀 가격 안정 대책은 재량에 의한 수급조절로써 준칙에 의거한 정책이 예측 가능성에 있어서 장점이 있다면, 재량에 의한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운신의 폭이 넓다는데 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벌어진 더불어민주당의 양곡법개정안 발의와 윤석열 정부의 농림축산식품부가 양곡법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행위는 재량주위와 준칙주의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경제학계는 공무원에게 재량을 과도하게 부여하는 재량주의 정책보다는 시장에서 예측이 가능한 준칙주의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농업인의 보호, 농가 경영안정만을 강조하다가 ‘퍼주기’ 프레임에 빠져 버리며 정책적 우월성을 어필하지 못하고 말았다.
양곡법 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농정은 공무원의 재량에 의존한 정책보다는 준칙에 의거한 농정으로 농정 대전환이 필요하다. 재량주의는 공무원의 유능함을 전제로 하지만, 농식품부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과 과거보다 심화된 MZ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고려할 때 공무원 재량에 주요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준칙에 의거해 각종 행정사무의 발동 등이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외압이나 공무원의 복지부동에 농정이 갖혀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 공무원 복지부동 문제 해소
농식품부 등 정부는 적극행정을 펼친 공무원에 시상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공무원들이 수동적으로 일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워라벨을 중시하는 신세대공무원,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시대상을 감안할 때 더 심해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근무평가 방식, 상벌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먼저 민원을 많이 발굴해 내는 공무원에 대해 높은 평가를 주어 현장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민원 해결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 내는 공무원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아야 인사고과가 높게 나오게 된다.
팜인사이트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 서랍에 방치된 한우산업''이라는 칼럼을 게재한적이 있다. 수많은 민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 전달됐는데 모 하나 제대로 해결된게 없어 공무원 서랍 속에 방치되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공무원 평가 방식을 민원을 많이 찾아내고 해결하는데 있었다면, 담당 공무원은 한우농가들의 민원을 그렇게 뭉게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평가제도를 반영하면 민원을 발굴하기 위해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게 되고, 더불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와 소통이 강화된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높아지고, 민원이 해결되니 농업인들의 불만이나 불안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 소결
준칙주의는 예측가능한 시장을 만들고 정책의 발동을 위한 논쟁의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속도가 빨라져 정책 집행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상임위의 관리와 감시가 강화되어야 하고, 적극적 행정을 펼치는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책임 문제를 해소해 주면서 위험하기는 하지만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주인-대리인 이론으로 정립해 감시와 인센티브 부여라는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는데 민원 해결에 앞서 민원 발굴에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책상머리에 앉아서 일이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행정이 아닌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조처를 할 수 있는 행정의 선순환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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