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농작물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작물 생육이 급격히 저하돼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급 불안은 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농산물 가격을 요동치게 했다.
소비자들이 이를 가장 잘 체감했던 건 2023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어졌던 이른바 ‘금사과’ 파동 때다. 2023년 여름 이상고온으로 사과나무 햇볕데임(일소) 피해가 이어졌고, 탄저병과 겹무늬썩음병까지 확산되며 생산량이 크게 줄었던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사과 재배면적은 3만3789㏊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생산량은 평년(49만1100t)보다 19.7%나 준 39만4400t에 불과했다. 당시 연말까지 사과 한 개당 소매가격이 3000원이 넘는 높은 수준이 유지됐고, ‘애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배추값이 폭등하며 소비시장에 큰 혼란을 줬다. 지난해 9월 평균 배추 1포기당 소매가격(상품 기준)이 9581원에 이르렀던 것이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원에 육박하자 김장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수년간 고온 등 이상기상이 반복되며 여름철 고랭지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 지난해 고온피해가 이어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은 4964㏊로 평년(5220㏊) 대비 4.9% 축소됐다. 여름배추 생산량도 평년 대비 13.8% 감소한 19만4000t에 그쳤다. 배추 수급이 불안해지고 가격도 요동치면서 지난해 김치 수입량은 31만1570t
으로 평년(27만9725t)보다 11.3% 늘었다.
토마토 역시 폭염을 피해가지 못했는데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10월15일부터 약 한달간 일부 햄버거 제품에 일시적으로 토마토를 빼고 공급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당시 일반 소비자도 토마토 1㎏ 상품을 평년 수준보다 2배 가까이 높은 1만4000원대 가격에 구매해야 했다.
이처럼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가 폭염 피해에 대해 ‘재해’ 대응 수준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규석 경남 진주문산농협 조합장은 “반복된 피해로 농가가 이탈해 재배면적이 줄어들 경우 수급 불안과 가격폭등이 심화될 수 있다”면서 “길어진 여름을 버틸 수 있도록 품목별로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농작물재해보험 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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