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4년초부터 추진해온 ‘지역자조금’ 설치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개별 품목의 품질향상과 수급조절을 전국 단위로 하는 기존 농수산자조금과 달리 지역자조금은 특정 지역에서 집중 재배되는 품목·작형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자조금이 도입되면 생산자는 자율적으로 생산·수급 관리를 하고 정부도 생산량을 미리 파악, 수급조절을 쉽게 하는 등 장점이 많지만 최근엔 논의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다.
사실 정부는 2024년 11월 ‘농산자조금 조성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 명칭으로 국회에 제출된 3건의 법률안에 ‘지역 중심의 농산물 수급 관리 및 품목 제고가 필요한 경우 지역자조금을 설치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을 넣는 등 활발한 입법활동을 해왔다. 아울러 지역자조금 설치를 통해 제주 겨울무, 강원 여름배추, 전남 겨울대파 등 중점 수급 품목은 물론, 전남 유자와 경북 자두·오미자 등 지역 특화 품목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일정 비율의 사업비를 분담·지원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은 바 있다.
하지만 탄핵과 조기대선 등의 국면으로 접어들며 지역자조금 설치 논의는 멈춰 있다. 정부가 지역자조금에 예산 지원을 하려면 법적 근거 확보가 절실하지만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그럼에도 이달말까지 예산안 작성을 완료하고 8월말까지 관련 부처간 예산안 협의와 더불어 국회 입법을 마무리짓는 데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농업 여건을 보면 잦은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부진에 물가 안정을 위한 수입 농산물 증가, 경기 악화로 인한 소비 침체 등으로 농가의 농업소득이 수년째 연평균 1000만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역자조금 설치는 특혜도 아니고 계속 미룰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농수산자조금만으론 대응이 어려운 지역의 특화 품목 재배농가들을 위해 지역자조금 설치에 정부는 물론, 관련 주체 모두가 힘을 결집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 처리가 더이상 구두선이 안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