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비료 원재료인 DAP(인산이암모늄) 수출 제한 조치를 장기화하면서 국내 비료 생산업체들의 원료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베트남이 수입한 DAP를 재수입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해 연말 DAP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후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비료 생산업체들은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곧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일각에선 중국이 노동절(5월 1일)을 기점으로 수출 해제 발표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할 뿐 국내 비료 생산업체들이 바라는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비료 생산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DAP 재고는 사실상 바닥이 난 상태로 다른 국가로부터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나라가 베트남이다. 당초 국내 비료 생산업체들은 베트남 DAP는 품질이 좋지 않은 점이 수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재수출’ DAP를 수입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로코 등 다른 국가들이 베트남으로 수출한 DAP를 국내 비료 생산업체들이 수입하고 있는 형태다. 또 다른 방식은 모로코가 동남아 국가로 수출하는 물량을 ‘웃돈’을 더 얹어 수입하고 있다.
A 비료 생산업체 관계자는 “DAP 재고가 없어 다른 나라의 물량을 급하게 사용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베트남산과 다른 나라의 DAP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고, B 비료 생산업체 관계자는 “베트남으로 수출된 모로코산을 재수입하고 있다. 물량은 컨테이너 단위로 소량씩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비료 생산업체들이 고육지책으로 DAP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 중국에서 수입했던 DAP 가격에 비해 톤당 150달러 이상 비싼 가격에 수입을 하다 보니 경영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147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차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비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인 것.
이에 업계에선 농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분기별 가격연동제를 통해 비료 가격을 어느 정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에서 무기질비료 보조지원사업 예산이 255억원에 그치면서, 농민들의 비료 가격 부담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을 강하게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진퇴양난’이라고 표현했다.
A 비료 생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비료 가격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가격 인상을 추진하지 못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까지는 비료 가격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며 “비료 생산업체 입장에선 지금 상황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다. 하반기 가격 인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 비료 생산업체 관계자도 “지금의 상황이 분기별 가격연동제에 반영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 추가적으로 협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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