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무역 협상을 벌여온 미국이 영국과의 협상을 타결 지으며 첫번째 결실을 냈다. 영국이 미국산 농축산물에 시장을 대폭 개방하겠다는 양보안에 합의한 가운데 이번 결과가 향후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서도 기본 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오늘은 우리가 첫번째로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상호적인 무역 협정을 맺은 놀라운 날”이라면서 영국과의 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다.
미국은 4월2일 무역 상대국 57개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9일엔 국별 상호관세 적용을 90일간 미루는 대신 우선 10%의 보편관세만 적용한 상태에서 각국과 무역 협상에 돌입했다.
당초 영국은 국별 상호관세 없이 모든 나라에 일괄 부과되는 보편관세만 적용받았다.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이번 협상에서 영국은 10%의 보편관세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다만 3월 미국이 수입 차량에 부과한 25%의 관세를 1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연간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10만대에 한해 10% 관세만 적용받는다. 알루미늄·철강 등에 부과한 25%의 품목 관세 적용도 제외됐다.
그 대가로 영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영국은 기존 1000t의 쇠고기 수입 쿼터에 부과되는 20%의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1만3000t의 특혜 면세 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에탄올 14억ℓ에 대해 특혜 면세 저율관세할당(TRQ)을 제공한다. 이는 7억달러 규모다.
특히 영국은 미국산 농산물의 시장 접근 확대를 위해 비관세장벽인 동식물 위생·검역(SPS) 기준 등을 준수하고 공식적인 양자 협력을 촉진하기로 약속했다.
미국 내 생산자단체는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지지했다. 댄 할스트롬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회장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접근이 우선시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는 여전히 영국에서 수많은 비관세장벽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장벽이 철폐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케네스 하트먼 주니어 전국옥수수생산자협회(NCGA) 회장도 “향후 다른 국가들과의 양자 협정에 옥수수와 바이오 에탄올, 옥수수 부산물을 포함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협정 내용은 앞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전망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번 합의는 다른 국가들에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입장을 시사한다”며 “미국은 10%의 보편관세를 폐지하거나 면제할 의사가 없으며 국가별 관세율만 협상 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신중히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시장은 대부분 개방됐기 때문에 미국이 농산물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타 국가의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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