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법인, 상대매매 확대…농가수취값 안정
대규모 산지에는 출하장려금 더 많이 줘 물량유치
소비변화 맞춰 새품종 재배 제안하고 판매 도맡아
일본 도쿄에 있는 오타시장은 농산물 기준 시세를 제시하는 대표 중앙도매시장이다. 일본 내 최대 면적(38만6000㎡·11만6765평)으로 한해 농수산물 취급액이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곳에도 산지와 소비지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도매법인들은 수집과 분산 강화로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수집·분산 나눈 도매시장이 효율 높아=규모화된 소매점과 대형 유통업체 등 소비지가 도매시장으로 돌아오는 추세다. 다양한 물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다 도매법인들이 품위 유지·위생관리 등 소비지 요구에 발맞추면서다. 또한 산지 직거래와 직접 수집이 유통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보다 관리·운영비 증가로 이익률을 떨어뜨렸다는 판단도 회귀현상을 거들었다.
도매시장 내 도매법인인 도쿄청과의 오오타케 잇페이 영업본부 부장은 “연 매출액 5000억원 수준인 중도매 법인 ‘베지텍’도 산지 수집에 나섰지만 판매에 전념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도매인은 수급 변동에 따른 위험 감수와 소분포장·가공을 담당하고, 도매법인은 출하지역 관리와 중도매인의 납품처 확보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정부도 기능 분리가 유통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시장도매인제와 같은 인위적인 수집·분산 통합 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에 따른 출하장려금 지급…산지 유인해=산지가 도매시장을 다시 찾는데 도매법인의 자구 노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도매법인은 상대매매(우리나라의 정가·수의매매에 해당)를 확대해 농업인들의 수취가격 안정에 주력했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와 차별화된 지원도 시장 출하를 유도했다.
오오타케 부장은 “거래물량의 90% 정도가 조직화된 산지에서 낸 출하품인데, 대규모 산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출하장려금을 읍·면은 0.6%, 현(도) 단위는 1.7% 등으로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며 “출하장려금 규모도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완납장려금(1.2%)보다 0.5%포인트 많다”고 말했다.
새로운 품종재배 제안과 출하지역 관리도 뒷받침됐다. 도쿄청과 내 채소사업부는 산지가 소비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품종 재배를 제안하고 판매까지 도맡는데, 이렇게 산지를 육성해 전속 출하처로 확보하고 있다. 카와시마 나쿠니오 영업본부 부부장은 “일부 품목은 도매법인이 산지에 차량을 직접 보내고 운송비도 일부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배송장·저온창고…물류시설 요구 높아=산지가 10t 운송차량으로 출하할만큼 규모화되고 소비지에는 체인화·규모화된 소매점이 증가하면서 시장 내 물류시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주 거래방식으로 자리매김한 상대매매는 경매와 달리 거래시간이 정해지지 않는데, 이 때문에 일일 반입량의 30~40% 정도(1000t 분량)가 하루 이상 경매장에 머물다 팔린다. 품위를 유지할 저온창고와 햇빛·비가림 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따라 도쿄청과는 400억원을 들여 배송장을 확대하고 지붕을 덮어 소분작업과 원활한 배송이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도매시장 반입 이전에 거래가 끝나는 예약상대매매 출하품이 경매장 하차 없이 곧장 중도매인에게 전달될 수 있게 물류시설을 따로 확충해 값싸게 빌려주고 있다.
이와 관련, 위태석 농촌진흥청 박사는 “미비한 물류시설로 경매장이 혼잡하게 되면 결국 출하에 차질이 생겨 농업인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일본은 뒤늦게 대응하고 있는데 서울 가락시장도 이러한 추세를 고려해 시설현대화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