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편의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0.4% 감소했다. 편의점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뒷걸음질친 것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내수 침체 골이 그만큼 깊다는 해석과 함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편의점이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올 1분기(1∼3월)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4% 역성장했다. GS25는 매출이 2.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4.6% 급감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매출은 3.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7% 하락했다.
업계 1위를 다투는 두 회사 모두 매 분기 5% 이상을 기록하던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 난 가운데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각종 비용 증가로 수익성마저 악화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3월까지 이어진 추운 날씨, 경북 대형 산불 등의 돌발 외생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특히 올 1분기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더해져 소비 심리가 더 빠르게 위축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편의점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5만4852개로 전년보다 68개 줄었다.
연간 기준 점포수가 감소한 것은 편의점 산업이 태동한 1988년 이후 처음이다. 편의점 성장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는 상징적인 신호로 업계에선 받아들인다. 다만 미니스톱과 합병해 점포 효율화를 진행 중인 세븐일레븐이 1000개 이상 점포를 감축했다는 배경이 있긴 하다.
실제 편의점 점포 확장 추세는 근래 확연하게 꺾였다. 산업부 통계를 보면 2018년까지 전년 대비 10%를 웃돌던 편의점 점포 증가율은 2019년부터 5% 안팎으로 주저앉았고 지난해에는 2∼3%대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는 1%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3월은 0.3%에 그쳐 월간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시장에서도 편의점의 향후 성장성을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조상훈·김태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언론에서 “장기화하는 소비 침체에 가장 방어적인 편의점마저 타격이 있다”며 “구조적인 저성장 단계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점포를 늘려 매출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며 “편의점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고강도 점포 효율화와 사업 재편을 통해 점포당 수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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