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세척시설 설치 등 서둘러
감염된 토양 외부유출 막아야
고랭지배추 산지를 중심으로 국가관리급 검역 해충인 사탕무씨스트선충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나 정부의 종합방제대책 시행이 지체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선충 감염 농지에 배추 재배를 금지하고 약제 살포와 유인 녹비작물 재배로 선충 밀도를 낮추는 방식의 제한적인 방제대책만으로는 선충 확산을 막지 못해 피해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식물방역당국에 따르면 외래 해충인 사탕무씨스트선충은 2011년 강원 태백 고랭지배추 재배지 11.6㏊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급속한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이 사탕무씨스트선충을 위험성이 큰 해충으로 판단해 긴급 방제비를 지원, 선충에 감염된 농작물을 폐기·소각하는 공적방제를 실시했으나 2013년 태백·삼척·정선의 배추 재배지 39.6㏊에 사탕무씨스트선충이 추가로 발생했고, 2014년에 또다시 태백·삼척·정선의 배추밭 17.6㏊에 선충이 발생해 피해가 계속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적방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사탕무씨스트선충이 계속 다른 산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현행 방제법으로는 선충을 막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기존의 비훈증성 살선충제 중 일부 제품은 방제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사탕무씨스트선충 적용 약제로 등록된 것이 없고, 최근 방제 효과가 일부 확인된 유인 녹비작물(화이트 머스터드)도 감염 밭의 선충 밀도를 감소시켜 배추 재배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줄 뿐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사탕무씨스트선충은 건조한 토양 등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휴면상태로 10년 이상 생존이 가능하며 토양을 통해 외부로 이동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선충 발생지 토양 유출 차단이 시급하지만 이에 대한 조치가 없어 피해 확산을 키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선충 확산 방지를 위해 마을단위 거점지에 농기계·차량 등에 묻어 있는 흙을 세척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활용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강원 동해·삼척)은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사탕무씨스트선충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 토양의 외부 이동을 철저히 제한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아울러 효과적인 약제를 개발·보급해 농업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지난해 선충 발생지 토양이 농작업차량·농기계·농기구 등을 통해 외부로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공동세척시설 설치를 정책사업으로 제안했으나 올해 농림사업에 반영되지 않았다. 농진청은 공동세척시설 설치사업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중이지만 소요금액이 커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예산 확보가 안돼 공동세척시설 설치가 늦어지면 고랭지배추 재배지에 선충 피해 추가 발생은 물론 다른 배추 주산지로도 선충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식물병리학계의 한 전문가는 “사탕무씨스트선충 이동을 차단할 근본적인 대책 없이 공적방제만으로는 피해 확산을 막기 어렵다”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공동세척시설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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