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비축 사업이 가격회복을 저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수급안정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비축사업 시장 왜곡 논란…단편적 수급관리 한계
재배단계부터 생산·소비 전망 등 다양한 유통정보 확산
농가 수익보장 정책 마련, 보험 병행 방안 등 검토해야
배추가 상시비축 대상 품목에 포함돼 지난 2013년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풍과 한파 등의 기상악화로 인해 배추 가격이 급등락하는 사태가 반복되자 ‘비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2012년 제도개선을 통해 그 다음해인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체계적인 제도 없이 산발적으로 추진됐던 시장격리와 비축을 작황과 수급상황에 따라 제도적으로 시장격리 또는 수매비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업은 배추 수급과 가격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배추 상시비축이 지난 2년간 시행되면서 오히려 바닥으로 떨어진 배추가격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배추의 경우 재배 작기에 따라 최장 저장기간이 2~3개월 정도인데, 비축됐던 저장물량이 헐값으로 시중에 풀려 배추 시장가격 하락을 부채질 한다는 게 산지유통인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 같은 문제가 있어 농식품부에서는 도매시장으로 방출하기 보다는 김치제조 업체, 사회복지시설 기부 등으로 비축물량을 처리해 왔다.
현재와 같이 시장격리, 수매비축 등의 단편적인 수급관리 방안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유통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산물 특히 배추 수급과 관련해 보다 고도화된 상적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생산 이후 사후적으로 물량을 조절하고 비축하는 등의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수급불안의 주요인도 날씨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내다보고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생산안정은 무엇보다 농산물 가격안정으로 풀어 나가고 농가 수익 또한 보장하는 정책과 함께 농가들의 소득보험 등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교수는 또 유통시장을 통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수급안정 대책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선도거래소나 선물거래소 등을 만들어 재배단계에서부터 생산과 소비 전망 등 다양한 유통정보를 확산시키면 시장은 자동적으로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농업법에서 선물 옵션시장을 이용해 시장과 가격안정을 하도록 장관에게 명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추 재배면적의 안정화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명환 gs&j 농정전략연구원장은 “2000년대 들어 배추 생산량 변동은 대부분 면적 변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주산지보다는 비주산지의 변동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봄과 가을배추는 주산지가 전체 출하량 변동률을 높이고 있어 해남과 진도 등 전남지방 면적 조정이 중요하고, 반면 고랭지와 가을 작형은 전체 출하량 변동률을 감소시켜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중위권 산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축물량을 방출할 때 유통시장과 경합하지 않는 소비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채소팀장은 “수매비축은 다음 작기의 예측에 적절히 대응해 산지격리와 수매비축을 병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수매비축 물량이 시장에서 부작용을 유발한다면 전망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강화하고, 비축물량은 도매시장과 김치공장 등에 방출하기보다는 수출, 가공, 기부 등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결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