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 내 중도매인과 하역노조가 농산물 배송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배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양측 모두 3월1일부터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의 농산물 배송이 큰 혼란에 빠져 출하자들에게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송비 논란의 원인과 양측의 요구사항을 짚어봤다.
◆ 배송비 인상 요구에 직접배송으로 맞대응=논란은 하역노조가 배송비 인상을 요구하자, 중도매인들이 하역노조를 거치지 않고 직접배송에 나서겠다고 대응하면서 시작됐다. 배송비는 경매가 끝난 농산물을 중도매인 점포까지 옮겨주는 대가로 하역노조가 중도매인들로부터 받는 비용이다. 품목과 중량에 따라 다르지만 박스당 일정액을 받는 정액제로 운영된다.
예컨대 현재 사과 10kg들이 한상자의 배송비는 196원으로, 통상 3년 주기로 인상돼 왔다. 가락시장 내 하역노조는 2010년 8월31일 이후 배송비가 조정되지 않았다며, 2013년 이후 줄곧 배송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매인들은 그동안 가락시장의 배송체계가 불합리하게 운영돼 왔다며, 배송비 인상 요구에 대해 차제에 배송체계 전반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납품시간에 쫓겨 하역노조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배송한 농산물에 대해서도 하역노조가 배송비를 요구하거나, 또 팰릿으로 배송을 끝낸 것에까지 상자당 배송비를 지불토록 하는 관행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 직접배송 놓고 충돌 우려=이에 따라 중도매인들은 하역노조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직원들을 시켜 직접 점포로 배송하는 이른바 ‘직접배송’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중도매인들은 배송비 갈등은 도매법인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중도매인들은 따라서 도매법인을 대상으로는 경매시간 준수와 경매장 관리를, 공사를 상대로는 배송체계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와 (사)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는 최근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하역노조는 배송비 협상과 관련한 당사자 간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중도매인들이 직접배송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사회적 규범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하역노조는 특히 지난 30여년 간 배송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는데, 하역근로자들의 생존권을 일시에 박탈하고자 하는 행위(직접배송)는 자본가들의 횡포라며 맞서고 있다.
◆ 출하자 피해 없게 해법 찾아야=일단 중도매인들이 3월1일 저녁 채소경매부터 직접배송을 하겠다는 계획을 하역노조 측에 전달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또 중도매인들은 직접배송 후 남은 농산물을 경매장에 그대로 두고 직접판매를 강행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반면 하역노조 측은 중도매인들이 직접배송에 나설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직접배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파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중도매인들에게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 내부에선 배송비를 둘러싼 중도매인과 하역노조 간 대립이 애꿎은 농산물 출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측이 충돌할 경우 경매가 차질을 빚는 등 가락시장 내 농산물 거래 전반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송비를 둘러싼 논란이 3월1일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원만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